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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후배들아! 이것만은 꼭 알아라"

4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자율학습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서둘렀다. 연일 계속된 체육대회와 축제로 아이들이 많이 해이해진 듯했다. 이에 지각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정신무장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많은 학생들이 지각하여 빈자리가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실 문을 열자, 빈자리 하나 없이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빗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오전 자율학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렀다. 문을 열자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실 복도에는 실·부실장을 포함한 올해 졸업한 우리 반 아이들 십여 명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니, 너희들 웬일이니?"

대학 축제기간을 이용해 연락이 되는 아이들끼리 만나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는 생각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실장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탓인지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모습이 묻어 나왔다.

대학 생활에 재미가 있느냐의 질문에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탓인지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재학 당시에는 고교시절이 지겹다며 빨리 졸업하기를 바랐던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이제야 그 지난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우선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선배의 방문 사실을 알리자 박수를 치며 선배를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은 돈으로 사가지고 온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며 후배들을 격려해 주었다. 오랜만에 선·후배간의 훈훈한 정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막간을 이용하여 선·후배와의 대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하였다. 졸업생들은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난 뒤, 학창시절 아쉬웠던 점과 대학과 학과 선택 시 주의해야 할 점 등 유익하고 알찬 많은 정보를 후배들에게 해주었다. 선배들의 이야기는 평소 내가 해주는 이야기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경청하는 아이들의 태도 또한 진지했다. 진작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특히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지식이 평생 간다'라는 한 졸업생의 말에 공감하였다. 모(某) 대학 간호과에 합격한 이 아이는 한 달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후배들로부터 많은 호감을 얻었다.

간호과를 공부하는데 있어 인문계보다 자연계를 전공한 아이들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며 자신의 힘듦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자신의 체중이 무려 5kg이나 빠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 아이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며 대학 학과목 중 일부는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이 도움이 된다며 학교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이 말에 한 아이가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선배님, 인문계인데 구태여 수학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아이의 질문에 자신도 학창시절 똑같은 생각을 했다며 대학 공부를 하면서 많은 후회가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과목 하나 중요하지 않는 과목이 없다며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특히 인문계이기에 수학을 포기한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어떤 아이는 과목별 숙제 때문에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한다며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라고 하였다. 항공운항학과에 합격한 이 아이는 국제화시대, 영어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외국어는 필수라며 외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고 하였다. 학원이나 과외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공부에만 치중해도 대학공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수능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몸이 아파 하마터면 수능을 보지 못할 뻔 했던 한 졸업생은 작년 11월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3이니 만큼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 많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라도 시간 활용을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부모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는 했으나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아이는 대학보다 학과를 먼저 고려하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학과를 선택할 때에는 많은 정보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라고 하였다.

이야기가 끝난 뒤, 아이들은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의 정을 나누었다. 비록 나이 차이는 없었지만 일 년이라는 터울이 크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학교 공부에 소홀했던 아이들은 선배들의 조언에 조금이나마 자극을 받은 듯했다. 학교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듯했다.

아이들은 한 시간 가량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졸업생들에게 자주 찾아와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건 나의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선배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주고받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서로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선배들이 들려준 이야기>
• 시간 활용을 잘 하라.
• 자신의 건강을 꼭 챙겨라.
• 공부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
•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하라.
• 국제화 시대 외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
• 적성을 고려한 학과를 선택하라.
• 독서를 많이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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