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푸른 싱그러운 오월도 하순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걸맞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오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훈훈한 정을 느끼며 화목한 행사로 펼쳐진 오월을 마감하는가 싶더니 전직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데 동족의 아픔을 외면한 채 북한에서는 핵실험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여 잔인한 달로 얼룩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 이라고도 했고 청소년의 달이라고도 했는데 누군가 말했듯이 우울하고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동과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하늘 향해 소리치며 잔디밭을 달리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는 주지 못할지언정 슬픔과 좌절을 안겨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속성은 어른들의 언행은 물론 사회현상 모두를 여과 없이 받아들입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머릿속에 그대로 각인(刻印)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은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미분화 상태로 인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른들의 언행과 생활을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전직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비통함을 금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온 국민의 애도의 물결이 조문행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비운의 대통령서거 소식을 접하면서 고 박대통령서거 때 어린이들의 장래의 꿈을 물었었는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의아해서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없느냐고 했더니 “총 맞아 죽으면 어떡해요!” 이렇게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감 없이 단순하게 받아들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불행한 일을 숨기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시시각각으로 보도되는 사실들을 어린이들에게만 막을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것처럼 국민의 존경을 받던 전직대통령의 자살소식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솔직한 심정일 겁니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부끄러운데 전직국가원수의 서거로 상중(喪中)인데 도발행위(?)를 감행하는 잔인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아직도 유월이 오면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6.25전쟁의 악몽이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오월을 경건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평화롭고 활기찬 유월을 맞이할 것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