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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행,불행은 대소보다 선악을 잣대로 삼아야

명심보감 계선편에 착한 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착한 일에 대한 것이 나오면 따라서 악한 일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이 된다. 그 중의 하나가 한나라 소열황제인 유비가 자기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될 아들에게 한 말씀이 나온다.

“漢昭烈(한소열)이 將終(장종)에 勅後主曰(칙후주왈) 勿以惡小而爲之(물이악소위지)하고 勿以善小而不爲(물이선소이불위)하라”는 말씀이다. 악한 점이 작다는 이유로 해서는 안 되며, 선한 점이 작다는 이유로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將終(장종)은 죽음에 임하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소열이 죽음에 임하여 후주(後主) 즉 뒤를 이을 임금인 자기 아들에게 한 유언의 말씀이라 하겠다. 칙(勅)은 당부하다, 경계하다의 뜻이 있다.

그러기에 한소열이 죽음에 임하여 자기의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 것이다. 어느 때보다 죽을 때에 하는 말이 가장 영향력이 있다. 죽음에 임하면 가장 의미 있는 말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의 위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말의 영향력은 크다 하겠다.

한소열이 죽음에 임하였고 왕의 위치에서 말을 했으니 그 말을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이고 평생을 남겨두신 말씀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 말씀은 비록 아들인 유선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씀인 것이다.

그러면 한소열은 무슨 말씀을 하셨나? 勿以惡小而爲之(물이악소위지)하고 勿以善小而不爲(물이선소이불위)하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긴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다. 아주 짧은 말씀이다. 하지만 그 말씀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교훈의 말씀인 것이다. 한소열은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명령으로 하셨다. 금지로 하셨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식이 아니다. 꼭 해야 함을 가르쳤다. 勿(물)은 금지, 명령의 뜻이 들어 있다.

한소열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 보면 우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악이 작다고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악이 작다고 행해서는 안 된다. 또 선이 작다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선이 작다고 예사로이 생각하고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주 작은 것까지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둘째는 작은 것이 나중에 큰 것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셨다. 악을 작다고 행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큰 악을 저지르게 되어 있고 선이 작아도 행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큰 선도 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작은 것 무시하지 말고 선한 것이면 작은 것부터 행하고, 악한 것이면 작은 것부터 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은 것 무시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서 잘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선은 행하고 악은 행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작은 것을 이유로 들면 안 된다. 작은 것을 핑계로 되면 안 된다. 작은 것을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오직 행하고 행하지 않는 것은 선악을 잣대로 삼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크고 작음을 잣대로 삼을 때가 많다. 선악을 잣대가 대소의 잣대에 밀릴 때가 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 것이다.

나는 어떤가? 대소의 잣대를 행동의 지침으로 삼지 않는지? 선악의 잣대를 행동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배우는 이들은 젊었을 때부터 선악을 구분할 줄 알아야하고 선악의 행, 불행이 명확해야 한다. 대소를 이유 삼아 악을 행하는 일은 추호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작은 선이 비록 빛이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이라고 생각되면 행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작은 악이 비록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되더라도 악이라고 판단되면 행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작은 악행이 습관되기 전에 잘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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