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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과서 대여제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교과서 대여제 추진계획안 공문에 의하면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며,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매개체이므로 교과서의 질은 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자율학교 운영, 교과교실제, 교과집중이수제 등 다양한 교육제도의 변화에 따라 교과서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선진형 교과서로 발전할 필요가 있어 선진국처럼 풍부한 내용과 함께 외형체제(外形體制)도 개선하고 교과별 교과서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교과서를 개발 보급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교과서의 내용이 풍부해지기 위한 쪽수 증가나 색도, 삽화, 사진, 부록, 인쇄 기법 고급화 등에 따르는 교과서 가격상승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대여제가 정착된다면 기대효과로는 예산 절감, 검약 생활 교육 강화 및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함과 아울러 교과서 질 제고를 위한 가격상승 부담 절감을 꼽고 있다. 본 리포터는 지난 2005년 1월 ‘교과서 물려주기 제도화해야’ 라는 리포트를 올린 바 있다.

 제도화 이전의 교육현장의 준비가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교과서 대여제’에 대해 물자절약 면에서나 교과서를 무상으로 공급 받아 사용해 온 학생 학부모의 소유 개념을 바꾼다는 의미에서는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개인이 구입해 쓰던 어느 날 갑자기 무료로 주니 고맙고 반가웠던 그 당시 치밀한 대책 없이 도입한 제도는 잘못이었다. 잦은 교과서 분실과 낙서, 고의적인 파손을 비롯해 서적에 대한 애착심이 적어 예산낭비가 심하다.(지금도 인터넷에 ‘교과서’를 이미지로 검색하면 보기에 민망한 학생들의 장난질 ‘낙서 패러디’로 도배되어 있다.) 그래서 준비가 안 된 토대 위에 새로운 제도 도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학생 전학에 따른 교과서 반납이나 근무지가 바뀌면 중등교사의 경우 교과서가 다른데서 오는 불편, 출판사별 교과서의 질과 내용구성 등을 고려할 때 교과서 대여제의 즉각 실시는 반대한다. 지난번 전국모의고사 실시 후유증을 겪어 알듯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먼저 일부지역에서 시범 실시해 본 다음 그 장단점을 따져 전면 실시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마다 빌려 쓰게 하거나 해를 거듭해 물려주는 제도의 도입에 앞서 해결 할 과제는 교과서 내용의 수시점검과 수정 및 안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선결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다.

교과서 오류 수정은 선결 조건

교육과학기술부 사이트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교육과정/교과서 배너가 설치돼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안다. 마침 사용 중인 교과서에 고쳐야 할 내용이 학생 눈에 띄었기에 OO(출판)사 교과서 한 단원을 집중 신고한 적 있다.

미술 감상단원 이인성의 작품 <해당화>설명에서 교과서는 작품제작년도를 작가 사망 후 40년도 더 지난 1994년으로 표기하였다. 혼자서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몇 군데 오류를 추가로 발견하고 ‘정오표를 붙여서라도 바른 내용을 수정 안내해야 할 것’을 건의하는 등 의견을 거듭 제시했었다. 다음은 지금까지도 게시판에 남아 있는 간절한 나의 신고내용이다.

60p. 우리나라 미술의 흐름 중, 회화 도판설명에 <쇼토쿠태자급이왕자상>은 "쇼토쿠太子 及 二王子像"을 한글로 옮긴 듯 합니다. 교사용 지도서가 아닌 중학교 2학년 교과서인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어를 사용하더라도 <쇼토쿠태자와 두 왕자상> 이런 식으로 표기하심이 적절할 듯하여 말씀드립니다. (2005. 11. 17)

장승업. 배우 최민식 주연 영화 <취화선>으로 널리 알려졌고 2000년 12월에 정부 지정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화가. 그의 그림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중2 미술교과서 ‘먹과 채색의 만남’단원 22p. <기명절지화>에는 괄호 속 장승업의 연대표기가 잘못 되어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지식으로는 (1843-1897)인 듯한데 이 책은 2002년 초판부터 지금까지 1743년 출생 1897년 사망으로 기록돼 있어 다음 발행에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2005. 11. 18)

63p. 다른 모든 사진도판의 제목이 <...거울>, <...그릇>, <...토기>로 되어 있는데 맨 끝의 <청화백자투각모란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청화백자투각모란문호> 또는 <청화백자투각모란무늬 항아리>로 표기해야 바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잔무늬 거울>의 도판 내용에는 ‘다뉴세문경, 잔무늬 거울 같은 생활용품...’으로 설명되어 있어 다뉴세문경은 무엇이고 또 잔무늬거울과 어떻게 다른 건지 애매하군요. 다뉴세문경이나 잔무늬 거울은 같은 뜻이니 다뉴세문경(잔무늬거울)으로 표기하면 적절치 않을까요? (2005. 11. 25)

그런데 자신의 신분과 연락처까지 기록해야 신고 접수되는 이 사이트에는 답변이 바로 바로 제시되지 않는다. 여러 달이 지나서야 ‘저자와 상의하겠다’거나 ‘수정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출판사의 답변뿐이고, 심지어 ‘이미 수정하여 내년도 출판에 반영 계획된 일’임을 강조한다. 오류가 있는지도 고쳤는지도 현장의 교사는 알 수가 없는 이런 불편 때문에 신고도 쉽지 않다.

오류 신고포상제와 수정 내용 즉시 전달체제 확보

더구나 나의 수정 요구 1년이 지난 후(2006. 12. 6)에도 교과서에 반영이 되지 않았기에 벌써 신고된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지방의 양 모 교사도 ‘이인성 그림의 연대표기 수정 요구’내용을 거듭 올렸고 그 아래엔 이미 고쳤다는 답변만 실렸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한 일이며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인가.

만약에 오류를 저자 측이 먼저 찾아내어 발견하고 신속히 고쳐서 해당 학교에 전달하는 체계가 확립된다면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신고하지도, 답변을 거듭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류가 잦은 출판사는 교과서 선택에 불이익을 주어야 마땅한데 현재까지는 최초의 오류신고자에 대한 보상은 없으면서 수정 후에까지 신고자 이름이 남는 것은 다시 고려해 볼 문제로, 일단은 보기 좋지 않다.

저자나 출판사의 노력으로 미리 고치는 수고 없이 행정편의주의로 사이트만 개설해 소비자 신고에 의존하다 보니 수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교과서 개선 효과는 미미한 것이다.

교과서가 진정 학생을 가르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발맞추어 월간지처럼 자주 발행할 수는 없지만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의견을 받아들여 고칠 것은 공개적으로 고치고 신속히 알려야 한다. 필요하면 교사지도서에라도 달라진 내용, 도표, 사진을 비교 제시해야 한다. 지금도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잘못되어 언제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당해 년도에 교과, 학년, 출판사가 다르면 교사도 모를 수밖에 없다. 교육부 사이트에는 질문/답변 형태로 실려 있어 최초 신고와 뒷북 신고가 공존하고, 고치기 전 신고내용과 세월이 흘러 고쳐진 내용이 모두 있다. 교과, 학년, 출판사별로 너무 많아 미리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찾는다면 몰라도 특정 교과서의 전체적인 오류는 알기도 힘들다. 옳은 지적과 잘못 지적한 내용이 함께 있으니 활용은 쉽지 않다. 쓰던 교과서를 교체 선택하는 절차도 좀 더 쉬워져야 한다.

국민의 혈세 줄이는 교과서 제도 수립

교과서 한두 해 물려주기가 가능할까? 교과서 내용을 토대로 가르치고 공부하는 교사 학생이라면 개인별 교과서가 필요하다. 참고서나 문제집 활용이 많아서, 실기평가가 많기 때문에, 또는 정보기기 이용이 잦아서 등 어떤 핑계로 교과서 바깥에서 더 가르치고 배운다면 교과서 이용은 훨씬 덜할 것이지만 똑같이 교과서를 사용하면서도 노트나 메모지 기록을 습관화한다면 교과서를 보다 깨끗이 사용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 출판사의 제본 상태와도 크게 관련된다고 판단된다. 여러 해 물려주기를 한다면 지질도 고급스러워야 하겠지만 혼자 한 해만 사용할 책이라면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부분적으로 재생용지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자주 개정하지 않아도 될 완벽한 내용의 교과서를 먼저 만들고 그런 교과서를 잘 선택해야 하며, 국가의 재산인 교과서를 소중히 다루고 물려주어야 한다는 지도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질 때 ‘교과서 물려주기, 교과서 대여제도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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