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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성공적 학교자율화 실현을 위한 제언

"그간 댁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금번 모임을 아래와 같이 갖고자 하오니 바쁘시더라도 꼭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와 장소, 모임 전화번호, 00회장 드림이라는 엽서가 왔다. 언제나 변함없는 문구에 날짜만 바뀌었다. 모임을 가진지 30여 년이 넘었다. 10여 명의 회원이 이제 반으로 줄었다. 회원들의 연세가 워낙 많은 분들이기에 세 분은 돌아가시고 두 분은 건강이 좋지 않아 근래에는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모임을 가질 때 필자는 나이가 어리고 워낙 차이가 많이 나서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모든 분들이 함께 하자며 간곡히 원하여 어울린지 30여 년이 넘었다. 회원 중에는 교육장 하신 분, 또 교장으로 그만 두신 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보고 싶다며 빠짐없이 연락을 하시는 것이다. 이제는 연세도 많으시고 몸도 불편하여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잊지 않고 연락을 하는 것이다. 그 동안 만남으로 오랜 세월과 함께한 정이 새록새록 그립기 때문이리라.

회원들의 대부분이 필자의 선친 나이와 비슷하여 모임에 참석을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들은 더욱 의아하게 생각을 한다. 왜 젊은 사람이 아버지뻘 되는 분들과 함께 어울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만남에 빠짐없이 어울리게 되었던 것은 그 분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거침없이 이야기 하며 즐기는 모습에서 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 회갑에도 참여하여 즐거움을 함께 나누시고 작고 하셨을 때도 함께 하셨으니 그야말로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모임에 회장으로 모시는 분은 아동문학가 이시다. 교훈을 ‘야! 신난다. 즐겁고 신나는 학교’라는 구호를 큰 입간판으로 하여 학교 본동 건물위에 큼직하게 붙여놓고, 신나고 즐거운 생활이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실천을 하였던 분이시다. 5학년, 6학년 국어 쓰기 시간에는 신명나게 학습지도를 하면서 글짓기 지도를 정성으로 하셨고, 또 6학년 2학기가 되면 도덕시간에 인성교육을 위해 수업지도를 하여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함께하는 교직원들도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 주셨기에 모든 분들이 학생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였다. 방과 후 활동이나 방학 때도 학생교육을 위해 무료 특기적성교육을 많은 분들이 자청 하여 쉬지 않고 열심히 교육활동이 이루어졌던 것도 그분의 따뜻한 인격에 양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돌이켜 보니 필자가 모셨던 교장선생님들이 꽤나 많았다. 20여 명의 교장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는 모셨던 것이다. 그분들의 지도성향을 면면히 살펴보면, 전형적인 관료적인 분, 인간관계와 인성에 관심을 두는 분, 업무 성과에 경영 중점을 두는 분, 통제와 지시로 확인 위주의 경영을 하는 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 학교 관리자를 잘 만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훌륭한 교장선생님은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생활하고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래서 큰 나무 밑에는 덕을 볼 것이 없다지만, 큰 인물 밑에서는 많은 배움(지혜)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지도 모른다.

학교장의 지도성에 따라 엄청난 교육의 변화를 가지고 오는 것은 굳이 교육이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내년부터 학교자율화 계획에 의해 학교장에게 엄청난 권한이 주어지게 된다. 물론 그에 따른 책무성도 함께 이루어진다고는 보지만 염려되는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조직은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해 내는 회사도 아니고, 더구나 물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교육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생교육을 하는데 교장의 지도성에 따라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매우 염려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학교자율화가 학교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다음과 같은 현장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와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학교구성원의 조직을 업무부장의 조직에서 교과부장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학교의 조직도 당연히 학생교육을 위한 조직이어야 함에도 상급기관의 업무추진을 위한 조직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교의 조직은 교수업무 조직으로 전환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수업지도를 위한 교재연구에 올인 할 수 있도록 업무를 표준화로 전산시스템화 하여 업무행정보조가 잡무를 맡도록 하고, 교사는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학생교육을 위한 교재연구보다 잡무에 시달리는 시간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수업시간의 확보와 교과전담 교사 확보 및 교무행정보조의 배치가 필연적이다. 이에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정영희(친박연대 비례대표) 의원이 6월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원 잡무 경감 입법’을 위한 공청회까지 개최하여 잡무경감을 입법화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본다.

셋째, 학교장의 인사운영 권한 강화 차원에서 20% 정도 교사 초빙과 행정직 인사권 부여 등 교장의 권한이 막강하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기존의 승진대기자와 갈등의 요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초빙교사와 기존 교사들 간의 위화감을 가질 수 있고, 학교 풍토는 더욱 관료화되기가 싶다. 따라서 초빙교사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제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학교의 여건과 지역사회의 특성,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조건에 맞는 합법적인 여건 하에서 초빙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자율과 경쟁을 통한 교육력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효율성을 기할 수가 없다. 관리직은 학생교육을 위해 기술 및 물리적인 행정 서비스를 해 주고,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자율장학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담당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근래에 우수한 인재가 교직에 선발이 되고 있지만, 선발된 우수한 인재가 교육현장에서 연수를 통해 전문성 신장으로 학생교육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학교현장에서 자율장학지도를 하기에는 관리직이 맡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 교과부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수석교사제를 시급히 법제화하여 병행하여 이루어질 때 시너지 효과로 학교자율화가 교육현장에 정착이 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내년부터 실시예정인 학교자율화와 수석교사제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동안 건물을 먼저 지어놓고 도로 를 설치한 후, 전기선 가설을 한다며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를 하고, 또 하수로를 설치한다며 복개도로를 하며, 도시가스 관을 묻는다며 또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는 등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2중 3중으로 낭비하였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이제 학교자율화 실행은 수석교사제와 필연적인 관계로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것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언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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