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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을에 생각하는 자연의 고마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 되면 더욱 절감하게 된다. 가을은 대자연에 아름다운 색깔로 채색을 해주는 계절이다. 싱그러운 녹음이 이글거리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더니 가을이 되더니 천연색 TV를 보는 것처럼 산듯함을 느낄 수 있다.

교정에 서있는 모든 은행나무는 노랗다 못해 샛노랗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벌써 은행잎이 떨어져 융단을 펼쳐놓은 듯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한다. 유치원아이들이 은행잎을 공중에 뿌리며 펄펄뛰며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다. 나무는 그동안 영양분을 받아드리던 잎에 곱게 물을 들이더니 매서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떨어진 잎은 다시 나무뿌리로 영양분을 빨아드릴 거름이 되는 것도 자연의 순환이치가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두지 않는다. 좀 더 곁에 두고 감상했으면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낙엽이 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자연은 우리인간에게 필요한 만큼만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공평하게 혜택을 주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것 같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모두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말이다.

요즈음 대도시나 고속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사람을 해치거나 사고의 원이니 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산에 사는 산짐승들이 먹을 양식을 빼앗아 오기 때문에 먹이가 없다고 한다. 먹을 것을 찾아 필사적으로 산을 내려와 농작물을 해치고 있어 총으로 포획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도토리 같은 산 짐승 먹이를 그대로 두면 산을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말이 없다.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표정도 없다. 그러나 자연이 화가 나면 크나큰 재앙을 불러온다. 풍수해와 가뭄 산불 등으로 자연도 훼손이 되면서 인간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다. 자연재해는 따지고 보면 우리인간이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이 될 때가 많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는 무한대의 혜택을 생각하면 자연을 함부로 훼손시키거나 파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공기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불과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자연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소 먹고 사는 모든 것들이 자연으로 받는 혜택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 인간은 자연에 대한 고마움 보다는 당연히 주는 것으로 알고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는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여기저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림을 벗겨서 개발지로 사용하려는 벌거숭이가 보일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땅은 우리 후손들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소중한 땅이요 자연이 아닌가? 아직 집도 짓지 않은 택지지구를 두고도 멀쩡한 논밭이나 산을 파헤치는 개발이 자연을 생각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우리의 자연이 너무 많이 훼손되었다. 지금부터라도 파 헤집고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개발은 하지 말고 나무한그루 돌 하나라도 살리는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포도넝쿨을 살려 벽에 홈을 파서 자라도록 해 놓고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도 후손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지혜로운 조상이라는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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