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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잔소리는 행실을 닦는 숫돌이다

배우는 이들은 언제나 잔소리를 먹고 산다. 시도때도 없이 충고 속에서 산다. 잠자리 들 때부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잔소리를 한다. '일찍 자야 한다. 손발을 씻고 자야 한다. 양치질을 하고 자야 한다. 잠옷을 입고 자야 한다. 감기가 들지 않도록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등등 잠자리에 들 때부터 일어날 때까지 잔소리를 듣는다.

일어나도 마찬가지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불을 개야 한다. 청소를 해야 한다. 세수를 해야 한다. 양치질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 식사를 골고루 해야 한다. 가방을 챙겨야 한다. 옷을 반듯하게 입어야 한다.' 잔소리의 홍수 속에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다. 너무나 많은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가 머리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학교에 가면 또 선생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듣게 된다.

이러니 배우는 이들은 잔소리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잔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왜 귀에 그슬리는 소리를 매일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들으면서 살아야 하나? 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제발 잔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잔소리가 과연 괴롭히는 독약일까? 아니면 약일까?

채근담에 보면 잔소리가 숫돌이라고 하였다. 채근담 5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耳中(이중)에 常聞逆耳之言(상문역이지언)하고 心中(심중)엔 常有拂心之事(상유불심지사)하면 纔是進德修行的砥石(재시진덕수행적지석)이라” 이 말은 ‘귀로 항상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항상 걸리는 말이 있으면 이는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는 뜻이다.

잔소리는 언제나 귀에 거슬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 잔소리가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고 하였다. 잔소리가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면 잔소리를 자주 듣는 것이 좋다. 자기 행실을 고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행실을 닦는 것이 되기에 잔소리를 잔소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잔소리를 약으로 삼아야 한다. 잔소리는 좋은 약이다. 잔소리를 무조건 싫어해서는 안 된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이롭지 않은가?

병든 행실을 바른 행실로 고치는 데는 잔소리가 특효다. 행동을 잘못하면 충고 섞인 말을 듣게 된다. 그럴 때도 그 말이 나에게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 잔소리는 충고 섞인 말이다. 칼을 숫돌과 같이 자신의 행실을 갈고 닦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잔소리를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된다.

잔소리하는 선생님 미워하지 말고, 잔소리하는 부모님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사람되게 하려고 하는 보약임을 깨달아야 한다. 귀에 순한 말,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하면 그게 오히려 약이 아니고 독약이 되고 만다. 게으름을 피우는 자식에게 잘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잠자리가 규칙적이지 못하는 자식에게 너 하고 싶은 해라고 하면 그게 약이 되겠나? 비록 얼굴을 붉히고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도 제때 제때 잔소리 할 때는 잔소리를 해야 한다.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거슬리더라도 덕을 쌓고 행실을 고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는 즉시 행동에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제발, 어머니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라고 볼멘소리 그만하고 그 때마다 내 행동이 어떤지 되돌아야 보아야 한다. 나의 행동이 어떠하기에 이렇게 잔소리를 하나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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