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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저리다’와 ‘절이다’

한글맞춤법 제57항에는 발음 형태는 같거나 비슷하면서 뜻이 다른 단어를 구별하여 적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중에는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를 열거하고 있다. ‘저리다’와 ‘절이다’도 그 중 하나다.

‘저리다’는 1. 뼈마디나 몸의 일부가 오래 눌려서 피가 잘 통하지 못하여 감각이 둔하고 아리다.- 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아서 다리가 저리다.
2. 뼈마디나 몸의 일부가 쑥쑥 쑤시듯이 아프다.- 어깨근육과 목 근육이 긴장을 하여 뒷머리가 저리는 듯한 느낌과 띠를 두른 듯한 두통을 느꼈다.
3. 가슴이나 마음 따위가 못 견딜 정도로 아프다. - 그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 저리고,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고통이 전해옵니다.

‘절이다’는
‘절다(푸성귀나 생선 따위에 소금기나 식초, 설탕 따위가 배어들다.)’의 사동사
-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다.

‘저리다’는 낱말 자체가 기본형이다. 그러나 ‘절이다’는 ‘절다’의 어간 ‘절-’에 사동접사 ‘-이-’가 붙어서 파생된 말이다. ‘저리다’는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에 대한 반응을 표현한 말이다. 반면 ‘절이다’는 푸성귀나 생선 따위의 먹을거리가 소금, 식초, 설탕 따위로 상태가 변한 단계를 표현한 말이다.

참고로 사동사에 대해서 말해 보자. 사동사는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다. 해서 이름에도 ‘시킬 사(使)’가 들어 있다. 사동사는 동사의 어간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를 붙여 만든다. ‘속다→속이다, 묻다→묻히다, 돌다→돌리다, 숨다→숨기다, 깨다→깨우다, 보다→보이다, 들다→들리다, 맡다→맡기다, 지다→지우다, 떨다→떨구다’가 그 예다.

사동접사를 쓰는 것 말고 우리말에서는 사동문을 만드는 방법이 ‘-게 하다’를 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먹다’를 ‘먹이다’로 쓰지만, ‘먹게 하다’로도 쓸 수 있다. 둘은 똑같은 사동 표현이지만, 의미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앞의 경우 ‘어머니가 동생에게 밥을 먹이다.’로 하면, ‘어머니가 직접 먹이셨다.’는 주어(어머니)의 직접적 행위가 표현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동생에게 밥을 먹게 하다.’라고 하면, ‘동생이 스스로 먹게’한 것으로 주어의 간접적 행위가 표현된다.

사동사는 형용사에서도 나타난다. ‘높다→높이다, 넓다→넓히다, 낮다→낮추다, 맞다→맞추다’가 그 예다. 형용사에 파생된 사동사도 모두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가 된다. 이것이 피동사와 사동사의 구분이 되기도 한다. 즉 피동사는 타동사에서 오지만, 사동사는 타동사와 자동사를 쓰고, 형용사도 쓴다. 피동사는 거의 다 자동사(보이다, 먹히다, 잡히다……)이고, 모든 사동사는 예외 없이 타동사에 속한다.

접사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파생어는 사전에 등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동사나 피동사도 접사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파생어다. 당연히 이는 모두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오른다.

피동사나 사동사나 모두 동사에 속하지만, 품사의 이름은 아니다. 사동사와 피동사는 문법 요소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사전에 올라 있어 우리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덧붙여 ‘주리다’와 ‘줄이다’도 마찬가지다. ‘주리다’는 ‘굶주리다’라는 뜻의 한 낱말이고 ‘줄이다’는 ‘줄게 하다’라는 뜻의 사동사이다. 쓰임으로 ‘오래 주리며 살았다.’, ‘양을 줄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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