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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한국말이 서툴어’는 진짜 우리말이 서툴러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한국말이 서투른 아이돌 가수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서투른 한국말 실력은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돼 안타깝기도 하지만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언론 매체에서 자주 거론하기도 한다.

○ “한국말이 서툴어 예능판에서 자신이 제일 불쌍한 케이스”라고 전한 닉쿤은 비록 한국말은 서툴지만 “영어를 제일 잘 하고 태국어, 한국어, 중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스포츠조선, 2010년 7월 19일)
○ 도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가정 자녀는 모두 6318명으로 2006년에 비해 4배나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말과 글이 서툴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한국일보, 2010년 4월 18일)
○ 관계 맺기를 서툴어 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사이버 세상에도 마찬가지다. 잠시 열심히 갖고 놀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몇 년째 닫아놓았고. 요새 뜬다는 트위터가 뭔지도 도통 모른다. 세상의 속도를 어려워하는 그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페이스에는 자신이 있다.(스포츠서울, 2010년 4월 22일)

그러나 여기에 ‘서툴어’는 잘못된 표현이다. 사전 검색을 하면,

‘서투르다’는 형용사로
1.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 외국어에 서투르다.
- 그는 애정 표현에 서투르다.
2.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 첫 대면은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서투른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은 ‘서툴다’라는 준말도 많이 쓴다.
- 영어에 서툴다.
-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되어 운전에 서툽니다.
- 서툰 행동으로 일을 망치지 마라.

이뿐만이 아니라, ‘머무르다, 서두르다’는 본말이지만, 이에 준말인 ‘머물다, 서둘다’도 쓴다. 이는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우리말 표준어 규정 제16항에 의하면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본말과 준말의 뜻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활용 형태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용언들은 활용할 때 본말에는 결합하는데 준말에는 결합하지 못하는 어미가 있다. 각 용언의 활용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머무르다 : 머물러 머무르니 머무른 머무르게
서두르다 : 서둘러 서두르니 서두른 서두르게
서투르다 : 서툴러 서투르니 서투른 서투르게

머물다 : 머물어 머무니 머문 머물게
서둘다 : 서둘어 서두니 서둔 서둘게
서툴다 : 서툴어 서투니 서툰 서툴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의 준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는 연결 어미 ‘-어’와 결합하는 것에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의 형태는 사용할 수 없다. 연결 어미 ‘-어’를 결합하여 시간상의 선후 관계를 나타내거나 방법 따위를 나타내고자 할 때는 ‘머무르다’, ‘서두르다’, ‘서투르다’에 ‘-어’가 결합한 ‘서툴러’, ‘머물러’, ‘서둘러’와 같은 활용 형태만을 쓸 수 있다. 다음을 통해 더 알아보자.

(1) 타향에 오래 머물으니 고향이 그리워진다.
(2) 그렇게 서둘으니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3) 우리말이 서툴으니 친구를 만나기 두렵다.

위의 경우 준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에 모음 어미 ‘-으니’가 결합하였으므로 모두 잘못이다. 이는 본말인 ‘머무르다’, ‘서두르다’와 ‘서투르다’에 어미 ‘-니’를 넣어 ‘머무르니’, ‘서두르니’, ‘서투르니’로 쓴다.

이를 준말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로 활용하고 싶을 때는 ‘머무니’, ‘서두니’, ‘서투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살다’가 ‘사니’가 되는 것처럼 ‘머물다’, ‘서둘다, 서툴다’의 어간 끝소리 ‘ㄹ’이 어미 ‘-니’ 앞에서 탈락하여 ‘머무니’, ‘서두니, 서투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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