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64돌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10월 4일~10월 10일을 한글 주간으로 정하였다. 한글 주간이란 한글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2008년 이래 문화체육관광부가 10월 9일 한글날을 전후하여 기념 기간으로 설정한 1주일을 일컫는 말이다.
올해 한글주간에는 <한글, 세상과 어울림>을 주제로 전시, 공연, 학술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국립국어원과 KBS 한국어진흥원, 한국어세계화재단,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훈민정음학회, 한글문화연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UNESCO 한국위원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 관련 기관과 단체가 함께 참여하였다. 주요 행사는 ‘한글 글꼴전, 한글 춤, 이야기, 노래 마당’ 등 다양하게 실시한다.
우리가 오늘날 기념하는 한글날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국운이 쇠하여, 민족의식도 점점 가물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국어학자들이 국어 운동을 통해 민족 사상을 고취하고자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를 창립하고, 그 사업의 일환으로 민족 문화의 근간이 되는 ‘훈민정음’ 반포 기념일을 추정하기 시작했다. 해서 세종실록의 기록(왕조실록 권 113 세종 28년 9월 조: 이 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是月訓民正音成)에 의거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선포했다. 당시에는 ‘한글’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고,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나왔다.
1928년에는 한글의 명칭이 보편화되어 쓰이기 시작하면서 ‘가갸날’의 이름을 ‘한글날’로 고치고 계속 음력 9월 29일에 기념식을 올렸다. 그러나 음력에 맞추다보니 해마다 한글날이 바뀌는 불편이 있었다. 그리고 1931년에 들어 와서 생활도 차츰 양력을 바탕으로 했다. 이에 한글날도 양력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바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에 한글날인 음력 9월 29일이 양력으로는 어느 날에 맞먹는가를 율리우스력으로 셈하여 10월 29일로 정했다.
그러나 예전에는 율리우스력을 쓰다가 1582년부터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1582년 이전에 율리우스력으로 계산한 10월 28일을 한글날을 정했다. 그래서 1934년부터는 양력 10월 28일에 한글날 잔치를 치르게 되었다. 이러한 추정은 모두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정확한 훈민정음 반포일을 안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고부터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정인지 서문이 있는데, 그곳에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있다. 정통은 중국 명나라 영종의 연호인데 이는 조선조 세종 28년(1446년)이다.
이때는 이미 제 2차 세계 대전이 터져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집회를 엄금하는 때이라 한글날 기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45년 8월 15일 광복이 되자 한글 학회는 새 살림을 차리고, 9월 상한의 끝날 인 9월 10일에 훈민정음 반포를 했다는 추정을 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1946년 10월 9일 한글 반포 500돌을 맞이하여 정부에서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다. 광복과 함께 모든 국가 체제가 갖추어졌듯이 한글날은 더욱 빛을 보게 되었다. 광복 다음 해인 1946은 훈민정음 반포 500돌을 맞이하여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내외 귀빈과 함께 덕수궁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그러다가 1981년 535돌 한글날부터는 기념식을 서울시가 주관하고, 그 다음 해(1982)부터는 문화공보부(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했다.
그런데, 1990년 총무처(지금은 행정안전부)에서 법정 공휴일 축소 문제와 관련하여,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정부는 공휴일이 너무 많아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져 경제 발전에 장애가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과 국군의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한글 학회를 비롯한 학술 단체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살려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2005년 12월 29일 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승격되었다. 그러나 한글날은 휴일이 아닌 관계로 국경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법률로써 지정한 날로, 삼일절(三一節), 제헌절(制憲節), 광복절(光復節) 및 개천절(開天節) 등의 4대 국경일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글날이 아예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564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뜻으로 국립국어원 청사 외벽에 “한글, 고맙습니다”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10월 1일 게시하였다. 이는 한글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가장 상징적이면서 사실적으로 주는 것이다. 산소를 고마움을 모르듯 한글도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이다. 국경일 하루만ㅇ라도 세종대왕과 한글의 중요성을 새기는 현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