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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멀리 보는 교육 정책 수립돼야

최근 교육과 관련된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사정관제를 대학입시의 주요 전형으로 자리 잡게 하고, 논술 비중을 줄여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당장 2012년부터 대입 논술 축소 방침을 내놓았다. 

1월 18일에는 2014년부터 중·고교 내신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안이 나왔고, 1월 26일에는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이 국어·수학·영어로 명칭이 바뀌는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이 확정 발표되었다.

그리고 2월 16일에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주훈 본부장이 올해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영역별 만점자 비율 1%’ 용어를 쓰며 난이도를 낮추겠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 해 12월 5일부터 새해 2월 16일까지 약 70일 사이에 큼지막한 교육 정책이 계속 터져 나온 꼴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2월 9일에는 ‘교과교실제 전면 확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교과별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 교과교실제가 2014년까지 중·고교로 전면 확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충분히 연구를 거친 결과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우리 교육에서 급변하고 있어 그에 맞는 시스템의 정비는 필수적 과정이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정책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 우선 교과부와 평가원, EBS까지 공동 발표한 ‘만점자 비율 1% 달성’은 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도입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난이도를 예고하는 것이었지만 발표되자마자 역풍을 맞았다. 수험생 간 변별력 약화로 혼란이 빚어질 수 있고,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 등을 도입하면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뒤늦게 교과부는 수능을 쉽게 낸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생긴 문제라며 변명을 했지만,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확실하다. 더욱 수능 출제와 채점을 전담하는 평가원이 교과부와 함께 난이도를 예고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수능 시험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이 국어·수학·영어로 명칭이 바뀌면서 A·B형 두 수준으로 나눠진다. 수능개편 확정안의 핵심은 수준별 시험이다. 기존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을 국어·영어·수학으로 과목 명칭을 변경하고 각각 A형(쉬운형)·B형(어려운형)으로 나누어 수준별 시험을 제공하여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과목 명칭이 바뀌는 것은 기존의 범교과적 출제 방식을 교과 중심의 출제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이고, A·B 두 가지 유형의 수준별 시험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개편안은 기존 수능 수준과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국어를 B형으로 보기 위해서는 수학은 무조건 쉬운 A형으로 보는 등 강제 조합으로 개인별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한편 이공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국어를 쉬운 A형으로 치르는 조합도 이해하기 힘들다. 공부부담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문·이과 편 가르기로 공부 편식을 강요하고 있어 최근 융합형 학문의 경향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올해 중학교 1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년부터 적용하는 고교 내신 변화는 등급별로 기준 비율을 둬 등급을 정했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 일정 점수 이상이면 비율에 관계없이 최상위 성취도를 받을 수 있다. 학생부에는 과목명과 함께 제시된 석차등급 대신 성취도 등급이 기록된다. 기존에 기록되던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는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계속 유지된다. 이는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막상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6단계(‘A·B·C·D·E·F’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를 두고 문제를 쉽게 내 무조건 좋은 점수를 주는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는데, ‘내신 부풀리기’는 학교의 실정을 왜곡하는 언론이 만든 표현이다. 이를 교육 당국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 당국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공교육 중심의 교육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이번 일련의 조치에는 수험생의 수능 준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런 의지와 노력은 현장에 그대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수능의 영향력이 떨어지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내신과 대학별고사를 강화할 것이고,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사교육 시스템도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사교육 시장은 이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교육 정책도 그 변화에 부응해야겠지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인 만큼 단기간의 효과에 얽매인 정책을 쏟아내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육은 철학적 기반이 바탕이 된 심도 있는 정책이 입안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정책은 당국의 정책보다는 교육 주체가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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