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통적으로 말하는 것을 경계했다. 침묵은 금이라며 말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최근까지도 어른들은 아이를 가르칠 때 남 앞에 나서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통은 말하기 자체를 경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강요하거나 떠벌이는 것을 삼가라는 것이었다. 필요 없이 나서서 말하면 자신의 체면을 구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유교적 가르침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면 핵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또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사회 변화로 지금은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달라졌다. 남과 대화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 상황이다. 특히 미디어의 발달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로 남 앞에서 말을 잘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말할 때 실수는 듣는 사람에게 거북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본인도 부끄러운 일이다. ‘같다’의 남용도 그렇다. ‘같다’는 ‘-ㄴ/는 것’ 혹은 ‘-ㄹ/을 것’ 뒤에 쓰여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무슨 사고가 난 것 같다/비가 올 것 같다’라고 쓴다. 이는 과거의 사실을 보고하거나 객관적인 현상을 짐작할 때 쓰는 추측형 표현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말할 때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면서 ‘~인 거 같아요’ 혹은 ‘~인 거(것) 같습니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월드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얻은 해였기 때문에 저한테 정말 특별했던 해였던 것 같고, 안 좋았던 경험도 있었고 또 너무 잘했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던 해였던 것 같아요.(SBS 뉴스, 2009년 12월 22일)
●독립이가 ‘엄마, 이혼하지마’라고 말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어요. 내가 진짜 엄마라면 감정이 더 복받쳐 나오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엄마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 같아요.(미디어 다음 TV리포트, 2010년 10월 7일)
●석란이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요. 또 누군가를 곁에서 섬기면서 성공으로 이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남을 돕고 섬긴다는 게 매력 있는 것 같아요.(스타뉴스, 2011년 5월 6일)
위의 예문은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 판단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어법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앞의 예문은 ‘해였습니다. 매력이 있습니다. 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고 의미 전달도 명확해진다.
이런 말투는 대담을 할 때 많다. 다음 예문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공연 소감을)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재미있습니다.
●(음식을 맛보고)맛있는 것 같아요. → 맛있습니다.
●(날씨가)나쁜 것 같아요. → 나쁩니다.
●(상을 받고)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 좋습니다.
이 문장에서 ‘재미있다. 맛있다. 나쁘다. 좋다’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때는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말할 수 있으니 뒤에 고친 표현이 자연스럽다.
이런 식의 표현은 주로 일반인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바른말을 전달해야하는 리포터나 아나운서까지도 ‘~같아요’를 쓰고 있다.
최근에는 말 잘하는 사람이 인기라고 한다. 말을 잘하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리더십이 있다는 말과 통한다. 명확한 말하기는 신뢰성이 있고, 믿음이 가기 때문에 리더의 격과 어울린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품과 개성을 알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은 남과 더불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도구이지만, 인격의 그릇이기도 하다. 보잘 것 없는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을 수 없듯이 제대로 인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조그마한 영향력도 남에게 줄 수 없다. 말이 시작되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친화력과 신뢰성이 있는 언어 표현은 상대방을 바로 동화되게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언어 표현은 사회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같아요’를 제일 많이 쓰고 있는 매체는 텔레비전이다. 대담 프로그램이나 기타 인터뷰 상황에서 많이 나온다. 텔레비전은 늘 안방에 무차별적으로 화려함만 쏟아내고 있는데, 정제된 언어 표현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