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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까칠한’ 것은 수염일까 성격일까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지난 15일 방송에서 21.6%를 보였다. 20%대의 시청률은 미미한 것 같지만, 이는 인기 드라마의 척도를 알리는 시청률이다.

이 같은 인기는 일차적으로 MBC의 편성 전략이 한몫을 했다. MBC는 40년 동안 밤 9시에 방송됐던 ‘주말 뉴스데스크’를 지난 11월부터 8시로 옮기는 파격적인 편성을 했다. 이러한 편성이 시청률에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두 여자의 흥미로운 갈등과 김현주, 이유리, 김석훈 등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혜의 숲 편집장 송승준(김석훈 분)은 인기가 높다. 그는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기자시절 문체와 문장이 아름다운 기사로 유명한데 두 여인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런데 그를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소개에 ‘까칠하고 까다롭고 예리하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까칠하다’는 성격을 표현할 때 어색한 말이다.

‘까칠하다’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 ‘가칠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 거친 바닷바람에 그의 얼굴이 까칠하게 말랐다.
- 사십이 가까워 뵈는 사내가 까칠한 수염이 난 깡마른 턱을 치켜들며 손을 내밀었다(황순원, ‘일월’).

사전의 의미로 볼 때 형용사 ‘까칠하다’는 주로 외모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특히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의 심리를 나타낼 때는 쓰지 않는 단어다.



그런데도 ‘까칠하다’는 일상 언어생활을 할 때 성격을 표현하는 말로 많이 쓴다.

○ 법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일견 까칠하다. 편안한 대화인데도 굳이 적확한 단어로 상대의 말을 정정하는 습관이 배었다(이투데이 경제 2011년 4월 5일).
○ 그런데 5년 동안 그 말만 들었습니다. 후덕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대답은 까칠하다(스포츠한국 경제, 2011년 3월 20일).
○ 첫 연기를 마친 소감에 대해 그녀는 “목소리 톤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극중 캐릭터가 까칠하다 보니 내 안의 까칠함을 끌어내 연기하느라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매일경제 연예, 2011년 3월 16일).

언제부턴가 ‘까칠하다’는 어떠한 말이나 행동이 조금 거친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성격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성격이 별스럽다는 의미의 단어는 ‘까다롭다’를 많이 쓴다.

‘까다롭다’
1. 조건 따위가 복잡하거나 엄격하여 다루기에 순탄하지 않다.
- 조건(격식)이 까다롭다.
- 일이 까다롭다.
- 조작 방법이 까다롭다.
- 난초는 기르기가 까다롭다.
2.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럽게 까탈이 많다.
- 까다로운 손님.
- 성격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선생님
- 입이 까다롭다.
- 천성이 까다롭다.

‘성미나 취향’이 유별날 때 ‘까다롭다’는 형용사를 많이 쓴다. ‘까다로운 사람, 까다로운 상사, 성격이 까다롭다’가 그 예다. 오래 전에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까다로운 변 선생’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대립적 의미는 ‘털털하다, 소탈하다. 수수하다’ 정도가 된다.

이를 두고 ‘까탈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 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고(표준어 규정 제25항)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구마(참감자×), 고치다(병을 낫우다×), 알사탕(구슬사탕×), 언제나(노다지×), 언뜻(펀뜻×), 전봇대(전선대×)만 표준어로 인정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근 언어학자들은 대체로 변화를 인정해 주는 경향이다. ‘까칠하다’의 풀이가 사전에 없다고 밀어내지 말고, 우리말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서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까칠하게’ 굴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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