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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짜투리’는 잘못, '자투리'라고 해야

2011년 7월 21일 KBS 저녁 뉴스에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한 내정자는 재개발용 토지(일명 딱지)를 매각해 수익을 내고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해명에 나섰는데, 땅 자체가 소위 ‘자투리 땅’이고, 남의 땅에 둘러싸인 출구 없는 맹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장부지로 소유하고 있던 공장운영자가 매입의사를 밝혀 저가에 팔아치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 보도를 하면서 자막에 ‘짜투리 땅’이라는 표현을 썼다. ‘짜투리’는 우리말에 없다. 올바른 말은 ‘자투리’다. 사전에 보면,

‘자투리’
1.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
- 자투리 무명
- 자투리 천
- 비단 자투리를 모아 방석을 만들다.
2.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거나 적은 조각.
- 자투리 필름
- 자투리 고무 조각을 재활용하다
- 근무 전후의 자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다.



‘자투리’를 ‘짜투리’라고 잘못 표현하는 것은 방송뿐이 아니다. 신문에도 이러한 표기가 보인다.

○ 자산운용사들이 50억 미만 짜투리 펀드 6백 개를 연말까지... 설정액 50억 원도 안 되는 일명 짜투리 펀드입니다.(한국경제TV 경제, 2011년 7월 5일)
○ 이 사업은 주택가 골목길, 도로변 등 주민들의 왕래가 많은 곳의 짜투리 공간을 활용, 다양한 계절 꽃 식재를 통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아시아투데이, 2011년 7월 27일)
○ 녹색생활체험 상자 텃밭 가꾸기는 옥상, 베란다 등 짜투리 공간을 이용한 친환경 녹색공간 확충으로 지속가능한 저탄소 녹색사회를 조성하지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충청일보, 2011년 5월 24일)

‘자투리’를 ‘짜투리’라고 잘못 표기하는 것은 일반인도 많이 범하는 실수다. 이는 발음의 영향 때문이다. 최근 된소리 발음은 증가하는 추세다. ‘거꾸로>꺼꾸로, 구정물>꾸정물, 닦다>딲다, 던지다>떤지다, 볶다>뽂다, 삶다>쌂다, 세련되다>쎄련되다, 세다>쎄다, 작다>짝다, 절다>쩔다, 조금>쪼끔, 좁다>쫍다, 줄다>쭐다’ 등 첫소리에 유독 힘을 준다. 특히 ‘자투리’와 ‘족집게’, ‘주꾸미’는 아예 표기도 된소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
 
된소리 발음 현상은 외래어의 수용에도 많이 나타난다. ‘뻐스(bus) / 빠다(butter) / 빠나나(banana) / 빽(bag) / 땜(dam) / 땐스(dance) / 께임(game) / 깨스(gas) / 깽(gang) / 까소린(gasoline) / 꼴프(golf)’ 등이 그렇다.

현대인의 된소리 발음 현상에 대해 언어학자들은 시대의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즉, 사회가 삭막해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정서나 심성도 변했기 때문에 발음이 경음화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젊은 층일수록 극단적인 표현을 하며 필요 이상으로 된소리 화법을 구사하는데 주의해야 할 일이다.

KBS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다음 날 뉴스에서는 신속하게 ‘자투리’로 자막을 처리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짜투리’ 표기가 보인다. 이것도 바르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KBS는 공영 방송이다. 공영 방송이란 표현에는 운영 주체가 공공(公共)이다. 그래서 국민의 방송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러한 공영 방송의 역할은 어떠한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책임이 있다. 방송 언어도 마찬가지다. 공공 기관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바른 언어 표현을 선도하여 청취자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공영 방송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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