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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읽고

어릴 때 위인전을 많이 읽었다. 그때 위인전은 나의 마음속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서 자신의 미래를 펼쳤다. 시련을 이겨내고 남다른 성과를 거둬 인류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난한 현실을 다독였다. 어려운 일도 피하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자세와 성실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위인전은 삶의 나침반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위인전을 읽는 문화가 사라졌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위인이 살아온 과정에 관심이 없다. 위기와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보다 성공한 모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빌 게이츠와 안철수, 그리고 김연아와 박태환의 현재 위치에만 눈을 둘 뿐 어떻게 노력을 해 왔는지 관심이 없다.

최근 경쟁 사회의 도래로 인해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너도 나도 일등이 되어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혔다. 조직 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거나 경쟁에서 최우선의 자리에 선 사람을 우러러 본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인식은 우리 사회를 야박하고 거칠게 만들었다. 삶의 모습은 긴장과 갈등, 경쟁으로 얼룩졌다. 성공한 소수의 사람은 행복했지만, 다수는 나날이 불행한 삶으로 추락하는 비극적인 사회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정상에 오른 모습이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어떻게 올랐느냐가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으로 정상에 오른 사람이 주목받아야 한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남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눈 사람이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 우리 아이들은 대통령이 되고 장군이 된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었다. 이제는 반기문 사무총장은 청소년에게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반기문처럼 국제 사회에서 큰일을 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위험한 측면이 있다. 아이들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지위에 지나치게 관심을 둔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반기문이 지닌 열정,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엄성 등이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명진출판, 신웅진 지음)’라는 책에는 이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외교관이라는 꿈을 품고 있던 한 소년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유엔사무총장이 된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희망과 자부심을 보여준다.

반기문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욕심이 많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영어 공부에 몰입한다.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을 만나서 직접 영어 교재를 만들기도 한다. 시골 출신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영어 대회에서 1등을 한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의 노력으로 미국에 한 달 동안 특별 연수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서 외교관의 꿈을 다지게 된다.

그리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시골 출신이었지만 대학에서도 기죽지 않고 공부를 했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성실한 필기 왕으로 통했다. 이를 보고 외교학과 교수들도 칭찬을 했다. 필기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현실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그것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점과 성실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실은 사소한 것 같지만, 현실의 내면에는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 있다. 현실에 충실하지 않으면 미래가 밝을 수 없다. 현실에 충실하면 학업과 업무의 능률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외교관이 된 후에도 반기문은 필기력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반기문이 영어를 잘하고, 공부를 잘해서 외교관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가 성공한 것은 이것 때문이 아니다. 그는 사람이 반듯하기도 하고 동료는 물론이고 선후배들과도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성공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비결은 ‘정성’뿐이라는 것이 그가 평생의 멘토인 노신영 총리에게 배워 자신의 철학으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다소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와 30분만 이야기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팬이 되어버린다는 소리가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 있다(p. 170~171).

개인적인 생활 철학을 묻는 한 인터뷰에서도 그는 ‘항상 나 자신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인간 반기문의 진정한 매력은 언제나 한결같은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라 말한다. 선배나 상사들은 열심히 일하는 반기문을 아끼고 신임했지만 후배 직원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그는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 후배에게 존경을 받았다.
 
이렇게 온화한 성격에 친화력도 좋았지만 무조건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일과 자기 관리에는 철저하다 못해 가혹하기까지 해 ‘외유내강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겉은 부드럽고 속은 강하다.’는 외유내강(外柔內剛)에 단단할 강(剛)이 하나 더 붙은 것이다. 외교 업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전, 국민 보호에 관련된 일이니만큼 사람 좋은 그의 성품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기문은 전쟁의 폐허에서 이제 막 벗어난 척박한 교육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 영어 학습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시골에서 혼자서 어렵게 했다. 그리고 꾸준히 성장했다. 요즘은 영어를 핑계로 무턱대고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돌아볼 일이다. 비록 반기문의 영어 공부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일화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환경을 돌아다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공부하는 모습도 반성이 필요하다. 과거보다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의 특성과 맞물려 오직 취직과 출세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기는 경우는 없다. 누구나 질 수 밖에 없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경쟁했고, 내 생활을 어떻게 성장시켰냐가 중요하다. 공부는 진리 탐구와 함께 사람됨의 과정이다. 공부는 우리가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즉 교육은 인간의 따뜻함을 키우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꿈과 열정을 키우고 도전하면서 나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사회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과거보다 혼란스럽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많지만, 시대를 이끄는 리더는 없다. 아이들은 뒤틀린 교육 현실 속에서 공부 기계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반기문은 우리 사회의 등대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국제 사회의 인재로 우리나라의 자랑이고, 청소년에게 희망이다. 어린 아이들도 반기문에게 열망하고 있는데, 제발 이번에는 그의 실력과 인품에 눈을 두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그의 따뜻한 인간미에 감동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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