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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능 채점 결과에 대한 반성을

11월 10일 치렀던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됐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언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0.28%, 수리 가형은 0.31%, 수리 나형은 0.97%였던 반면 외국어 영역은 만점자가 2.67%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쉽게 출제됐지만, 언어와 수리 영역이 까다로워 만점자가 1%에 크게 못 미쳤다.

만점자 1%에 대한 약속은 교육 당국이 자주 하던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지난 해에도 수능과 EBS 연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말을 했다. 즉 EBS 교재의 문제를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으로 나오도록 난이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수능 시험 당일에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능은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서 언어, 수리는 조금 더 어렵고 외국어는 좀 더 쉽게 출제했다”며 “영역별 만점자가 1.0∼1.5% 사이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역별 만점자 비율을 1% 정도가 되도록 난이도 조절을 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계속 1%를 고집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만점자 1% 비율은 수험자 집단의 특성이나 문항 유형 특성 등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약속은 오히려 평가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만점자 비율이 1%인 수능은 쉬운 시험에 대한 의지이다. 그렇다면 쉽게 낸다고 해도 된다. 지키지 못할 예상 통계를 남발하는 것도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

수능 시험 후 평가원은 EBS 연계에 대해 집중 홍보를 했는데, 돌아볼 내용은 없을까. 출제위원장은 시험 당일 기자 브리핑에서 “EBS 교재 내용과 과목별 일치도가 산술적으로 70% 이상 되도록 연계했다”며 “고난도 문항은 EBS 교재 내용에서 나올 수도 있고 나머지 30%에서 출제될 수도 있다. 영역별로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들으면 100% EBS 교재에서 나온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11월 12일(토요일)에는 EBS 방송은 ‘특별 생방송-2012 대수능을 말한다’를 내보냈다. 이 날 평가원 관계자와 EBS 출연 강사가 출연해, 언어는 70%이고 수리는 74%라며 연계율을 과목별로 자랑을 했다. 물론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수능 시험의 출제 목표와 방향이 제대로 달성되었는지 점검해야 했다. 수능 시험은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문제가 출제되었는지 분석했어야 한다. EBS 연계는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이 종속된다. 그 과정에서 학교 교육은 파행으로 치닫고 교사의 전문성은 상실된다.



수능 평가는 대학에서 입학생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수능 시험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시험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은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평가 당국은 문제를 출제하면서 변별력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입 수능에서는 표준점수나 등급, 백분위 점수가 골고루 산출될 수 있게 출제해야 한다. 선택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영역별에 따라 골고루 표준점수나 등급 간 백분위 점수 나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시험 후에도 이러한 측면이 검토되어야 하는데 엉뚱한 연계율에 몰입해서 평가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아울러 수능 시험은 교육적 성장을 돕는데 기여해야 한다. 특히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한다는 전제 아래 출제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구성한 시험으로 공교육 내실화 및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사회적 기대에도 기여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는 수능 시험 후 분석팀을 가동해 의미 있는 환류작업(feed-back)을 해야 한다. 학습 내용은 편중되지 않았는지,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범위에서 고르게 출제되었는지 점검을 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EBS 교재에서 출제해서 안심이라고 한다면 업무 태만에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은 수능 시험 후 급간 등급을 발표하고, 점수에 맞는 대학은 어디인지 분석 기사를 싣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상적 접근은 학교 교육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평가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분석이 더 중요하다. 평가 당국이 평가 문항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는데, 평가는 제대로 되었는지 분석 기사를 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이러한 것을 간과한다면 우리 교육은 점점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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