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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27)

머물고 있는 학교 기숙사의 커텐을 여니 붉게 물든 연산홍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베란다의 커텐을 여니 또한 역시 하얀 연산홍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붉게 물든 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아침인사를 한다. 아차 싶었다. 그 동안 왜 보지 못했을까? 관심을 나타내지 못했을까? 반갑게 맞이해주지 못했을까? 인정해주지 못했을까?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그 동안 얼마나 서운했겠는가 싶다. 기나긴 한파를 이겨내며 때가 되어 아름다움을 선보였는데 봐주지도 않고 외면하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화내지 않고 말하지 않으니 참 좋다.

“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내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군자가 따로 없다. 바로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늘 준비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인내하는 연상홍이 바로 군자다 싶다. 한 번도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그래도 참고 그래도 자신을 관리하며 그래도 자신을 보여주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오늘 보여주는 연상홍과 같이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군자가 아닐까 싶다. 정말 학생들을 위해 많이 준비하고 많이 연구하고 많은 것을 희생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것을 학생들이 몰라주고 학부모님이 몰라주고 교장, 교감이 몰라주니 화가 나고 짜증나고 불평이 나올 법하지만 그래도 참으며 자기의 할 일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이야로 진정 군자가 아닌가 싶다.

교육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교육은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함이 아니다. 교육은 남으로부터 칭찬받으려고 함이 아니다. 오직 나의 할 일을 하는 것이며, 나의 사명을 위해 걸어가는 것이다. 오직 학생들을 위해 나를 바치는 것이며, 나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서운할 때도 내색하지 않는다. 나를 힘들게 해도 오히려 그것을 선용해서 학생들에게 유익을 준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을 오히려 잘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기쁨을 주고 알게 해주고 깨닫게 해준다. 이렇게 함이 바로 우리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군자로 가는 길인데 화를 잘 낼 때가 많다. 화를 내고나면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싶다. “마음을 잘 갈고 닦는 것이 두뇌를 가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탈무드에 나오는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우선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화를 자제할 줄 알아야 함이 마음을 닦는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몰라주고 자신의 열정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 시끄러워진다. 어지러워진다. 자신만 망가지고 초라하게 된다.

보름 이상 붉게, 하얗게 핀 연상홍은 화내지 않았다. 소리내지도 않았다.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오직 때만 기다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잘 관리하였다. 이러한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다.

군자는 따로 없다. 우리 선생님이 바로 군자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이 바로 군자다. 마음에 바를 수 있는 약은 없다고 하지만 자연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에 바를 수 있는 약이 아닌가 싶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는 우리 선생님이고 꽃보다 오래 가는 것이 우리 선생님이다.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내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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