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을 재조직하고,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의 구조를 내면화하고, 지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학교 교육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평가 방법의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지식 창조자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소위 사지선다형, 오지선다형의 고르기 식의 평가 방법은 곤란하다. 학생의 창의력 및 논리적 사고력 등 고등 사고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는 그 대안으로 시작되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서술형 평가, 논술형 평가 등을 통해 사고력·문제해결력·창의력 등의 고등사고능력을 평가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올해 서술형 평가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논술형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갑자기 생겨난 평가 방식에 대해 생소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는 무엇인지 그리고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학업성적 관리 지침에 의하면 서술형 평가는 요약, 개념, 이해, 설명 풀이 과정 등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서술형 평가는 학생이 서술해야 하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채점을 할 때도 서술된 내용의 깊이와 넓이에만 관심이 있고, 서술된 조건에 맞는 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논술형 평가는 자기의 의견, 주장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나름의 생각이나 주장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조직하여 작성하기 때문에 분량이 꽤 많다. 채점을 할 때도 서술된 내용의 깊이와 넓이뿐만 아니라 수험생의 생각이나 주장이 논리적으로 전개된 것에 큰 비중을 둔다.
서술형 평가는 자기의 주장이 담기지 않는다. 서술형 평가는 학생들이 주어와 술어로 구성된 완전한 문장으로 답하는 문제를 말한다. 따라서 서술형 평가의 답안을 작성할 때는 문장의 완성도, 지문에 나온 단어, 문장 활용, 문제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논술형 평가는 주장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발견한 문제를 구체화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장을 내세운다. 이때 자신의 주장을 논증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이는 한 마디로 종합적인 글쓰기 양식이다.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는 모두 객관식 평가에 상대되는 표현으로 흔히 주관식 평가라고도 한다. 학생이 교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방식이다. 모두 정답의 결과 보다는 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을 중시하는 문제 형식이다. 그리고 학생의 창의성이나 비판력, 판단력, 정보 수집 능력, 정보 분석 능력 등 종합적인 사고 기능을 평가한다. 이러한 출제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 과목별로 지도, 사진, 그래프, 도표, 삽화, 만화 등 다양한 자료들이 동원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전반적인 학습 상태를 개선하려는 데 있다. 즉 평가는 단순히 학습 내용의 오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정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서술형, 논술형 평가는 학습자의 사고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학습 유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습 방법도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생각하게 하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 학습 과정에서도 논리적·종합적·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공부 습관이 이었어야 한다.
참고로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는 수행평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행평가는 교과 담당교사가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이다. 수행평가는 획일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서술형 평가, 논술형 평가, 관찰법, 역할극, 토론법, 자기평가, 동료평가, 협력학습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적용한다. 즉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는 넓게는 수행평가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행평가는 정규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학기 중 언제든지 평가가 가능하다. 평가 시기가 자유로운 만큼 평가 참여도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는 지필평가 시행 중에 이루어진다. 반드시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 학생들의 참여 자세 등의 긴장감도는 다르다. 서술형 평가와 논술형 평가의 전면 실시에 대해 교사들은 부담을 많이 느낀다. 전통적으로 선택형 문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평가형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그리고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주체인 교사에게 평가권이 없다는 현실이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답안 문구마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교육상이라면 거기에 맞게 교사의 평가 전문성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