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즐겁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도덕시간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의한 도덕시간은 단위 시간의 학습량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학습량을 마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 교육수준에 맞는 것으로 재구성하여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위 시간의 학습량 때문에 무척 부담을 가지고 활동하여 시간에 쫓기는 수업으로 지도교사도 아이들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즐겁고 흥미있는 시간보다는 단위시간에 학습량을 마치기 위한 수업으로 꽉 짜여진 여유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수준에 맞는 수업으로 재구성하여 지도를 하였더니 근래에 즐거워하며 기다리는 수업이 되었던 것이다.
3월 한 달은 수업의 진도보다는 인성교육을 위한 기본생활 지도와 기본학습 훈련에 철저히 지도를 하였다. 3월부터 4월까지 10주에 걸친 바른생활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습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던 것이다. 인성교육을 위한 지도 덕목으로는 효행, 예절, 질서, 봉사, 자주, 정직, 절약, 청결 등으로 ‘바른 학생은 이렇게 실천해요’라는 진단표에 누가실천 기록을 하도록 하였다. 특히 효행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부모님께 존댓말 쓰기, 효행일기 쓰기, 가정에서 내가 할 일 스스로 실천하기, 화목한 가정을 위한 1인 1역하기, 외출․입 시 부모님께 분명히 말하고 다니기 등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인사예법에 대해서는 우리 조상들의 전례예법으로 인사지도를 하였더니 아이들의 인사하는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바른 공수자세를 하고 인사를 할 때 인사말은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하여 평소에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언행을 하도록 지도를 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하여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였다가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하며 두 번을 인사하면서 어색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어디에서나 큰소리로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하면서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언행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에 나도 모르게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 그 뿐인가.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바른 생활을 위해 하나씩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되풀이 하여 3월 한 달 동안 꾸준히 반복 지도를 통하여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통한 반복적인 지도 결과인 것이다.
예절은 인사가 기본이며 인사는 인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사태도는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인사하는 태도는 입으로만 하는 인사, 의미 없이 고개만 까닥이는 인사,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로만 하는 인사, 턱을 내밀며 하는 인사, 장난삼아 까불면서 하는 인사 등으로 대충 인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으로는 인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개선하기 하여, 우리의 전통 예절로 인사지도를 하였던 것이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바른 인사를 하기 위해 공수자세 후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 인사말을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가정에서 부모님께 존댓말 쓰기는 학년 초에 학급별 5~6명 정도 밖에 하지 않았으나 지도결과 거의 100%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었고, 가정에서 해야 할 일, 등교 시, 학교 등교 후 아침시간, 공부시간, 쉬는 시간, 급식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활동 등에 대해 서로 지켜야 할 일 등을 일일이 소집단별 토의를 통해 왜 질서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도록 하여 꾸준히 누가기록을 하여 반성을 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또, 꾸준히 실천을 잘하고 학습시간에 상대방을 배려하며 협동학습을 잘 하는 아이에게는 학부모님께 드리는 칭찬카드를 발부하여 자긍심을 갖도록 하였다. 학년 초에서부터 3개월이 지난 근래에는 아이들도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고, 생활태도도 긍정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인성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자부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퇴직을 앞두고 학교에서 오로지 아이들 수업에만 올인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나도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보직교사를 맡는다든지 아니면 업무를 추진하는 계원으로 맡은 일이 많이 있었다면 이와 같은 여유 있는 생활지도와 인성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학급을 맡은 선생님들은 업무 외에도 학교평가와 교원능력개발평가 및 각종 공문과 잡무, 연수 등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학년 초부터 학년말까지 이러한 각종 업무로 인해 선생님들은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바쁘게 휘둘리다가 1년의 과정을 마치고 마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업무의 전문화 세분화가 되면서 일의 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도저히 바빠서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아우성이다.
인성교육이란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업무에 파묻힌 생활 속에서는 제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한 교사폭행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교권이 무너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실질적으로 이와 같은 사건들은 먼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현장에서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나는 누차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제안하는 글들을 여러 번 올린일이 있다.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학교폭력, 성폭력, 집단 따돌림, 교사폭행 등은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 교사들에게 오로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국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경쟁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지도보다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학교폭력 최고의 해결자는 교육현장의 교사들임에도 아직도 가시적인 효과를 위해 전시행사 위주의 정책은 결코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불안한 것은 무너진 교권으로 어떻게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교육은 인성교육을 통한 우리의 교육이 자연과 동화되고, 평화를 사랑하며, 가족을 중시하고, 성공과 발전을 열망하는 가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공존과 덕(德)을 존중하는 한국 특유의 인성 교육이 새로운 한류로서 세계 공동체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면 너무나 지나친 욕심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