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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69)

이근화 젊은 시인의 ‘소울메이트’를 읽었다. 이 시는 이렇다.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돌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단지 이 세계가 좋아서/ 비의 기억으로 골목이 넘치고/ 비의 나쁜 기억으로/ 발이 퉁퉁 붓는다// 외투를 입고 구두끈을 고쳐맨다/ 우리는 우리가 좋을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 서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우리는 이 세계가 좋다. 그래서 이 세계를 향해 달려왔다. 젊은이들은 머리에 수건을 싸매고 고시 아닌 고시준비를 한다. 바로 임용고시다. 그렇게 해서 이 세계를 얻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세계가 바로 교직의 세계다.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 맞는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 젖을 줄 알면서도 비를 맞는다. 이 세계가 너무 좋기에 그렇게 한다. 옷을 다 챙겨 입고도 비를 맞는다. 이 세계가 좋아서 그렇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연을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불쌍해 보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은 멀쩡하다. 제정신이다. 실연당한 것도 아니다. 실직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세계가 너무나 아름답고 좋기에 그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어 그저 비를 맞는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골목길에서 비를 맞는다. 옷을 입은 채로 맞는다. 비를 맞으면 옷이 젖고 옷이 젖으면 몸이 젖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기쁨의 표현이다. 만족의 표현이다.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다가도 권태를 느껴 교직생활이 싫어질 때도 있다. 어떤 때는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너무 힘이 들어 다른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낭떠러지까지 몰린다. 순간적으로 아름다운 세계,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선생님들은 외투를 입고 구두를 고쳐 매고서는 다시 다짐을 한다. 정신을 차린다. 왜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나 스스로 싫다 하는가? 좋았을 때를 기억하면서 다시 골목길에서 비를 맞는다. 흠뻑 옷이 젖어 몸이 떨릴 때까지 그리한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세계가 가장 멋진 세계라고 노래한다. 이 세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한다. 다리가 퉁퉁 부어도 끝까지 걸어가려고 한다. 빗물이 골목에 불어나도 그 자리에 서서 기쁨을 다시 맛본다.

이렇게 좋은 교직세계에서 교직생활을 하는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첫 출발을 할 때를 떠올린다. 그 때 골목길에서 비를 맞으며 기쁨을 만끽했을 때를 기억하면서 다시 다짐을 한다. 잃었던 초심을 다시 회복한다. 한겨울에 내리는 비를 맞고 또 맞는다. 외투가 젖고 몸이 떨리더라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비를 맞는다. 첫출발의 환희와 기쁨과 감사와 만족을 다시 느낀다. 그 감정이 살아날 때까지 비를 맞는다. 그러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교직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 다행이고 또 다행임을 깨우친다.

감사가 넘치고 행복이 넘치고 즐거움이 넘친다. 교직세계에서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힘이 솟는다. 비쯤이야 맞는 것 아무것도 아니다. 흠뻑 젖는 것쯤이야 큰 문제 삼지 않는다. 학생들이 함께 하는 세계이기에 그러하다.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세계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교직세계, 내가 좋아서 걸어온 학교생활, 내가 꿈꾸던 사제동행의 생활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을 느낄수록 겨울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몸이 떨리는 것쯤도 가볍게 넘긴다. 감사가 강물처럼 넘치는 이 기쁨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비도 함께 동참해준다. 펑펑 쏟아져 내리고는 강물이 되어 흘러넘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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