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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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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 욕망의 주체

강마을에 비가 내립니다. 보실보실 내립니다. 입춘 즈음이니 봄비라 불러야겠지요.

비는 멀리 보이는 은사시나무를 적시고, 운동장을 적시고, 히말라야 시다와 플라타너스 나무를 적십니다. 예쁘게 보실보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마십니다. 프림과 설탕을 많이 넣은 달고 부드러운 커피를 한 잔 가득 마십니다. 이렇게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제가 누리는 호사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이면 강가의 은사시 나무와 눈을 맞추고 한 잔의 향기로운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아침의 일과를 시작입니다.

학교 도서관에 새 책이 많이 들어와서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도서관 가득 펼쳐진 신간들과 제가 읽고 싶었던 책이 쌓여 있습니다. 마치 맛난 음식이 가득 펼쳐진 밥상처럼 저를 유혹합니다. 학기말 정리와 새 학기 준비, 졸업식 준비로 바쁘지만 사이사이 짬을 찾아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저처럼 사람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은 바쁘다는 핑계를 만듭니다.

얼마 전 작가 세미나에서 들었던 수필학 박사, 권대근 교수님의 강의가 생각납니다. '욕망의 주체가 되라.'는 말씀처럼 사람은 욕망하는 것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말을 요즘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욕망에 얼마나 충실하고 진실하였는지를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욕망은 삶이고 에너지일 것입니다. 제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은 끝없이 욕망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겠지요. 아름다운 욕망도, 추한 욕망도 반드시 그 대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은 돈, 시간, 노력, 인내, 후회. 이런 많은 것들을 욕망은 요구합니다.

제 속뜰에 쌓여 있는 수많은 욕망 씨앗들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봄이면 먼지가 켜겨 않은 마음밭에도 비가 내리고 욕망의 씨앗들이 싹이 나고 잎이 자라겠지요. 그 중 어떤 것은 무성해져서 예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제 마음밭을 가꾸는 주체로, 제 욕망하는 삶의 주체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강마을은 젖어 있습니다. 지난 가을, 충분히 뿌려진 풀꽃 씨앗들이 꽃샘추위 속에서 꽃을 피워 올릴 것입니다. 꽃다지, 광대나물, 괭이밥, 별꽃, 주름잎 이런 작은 풀꽃들은 노랑, 분홍의 꽃송이 속에 꿀벌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광대나물꽃은 진홍색의 작은 봄꽃입니다. 그 속에 꿀벌들을 위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그저 무늬인가 하는데 이것이 꿀벌들에게 꽃 속에 숨겨진 꿀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신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고자하는 광대나물은 꿀벌이 알아 볼 수 있는 꿀지도를 자신 꽃에 새겨 욕망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욕망의 주체가 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비가 계속 내립니다. 화단 한 구석에서 욕망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풀꽃들의 움직임이 부산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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