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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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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버티는 힘


이제는 눈길 닿는 길섶에 흔하게 작은 풀꽃을 볼 수 있습니다. 봄이 시작된 것입니다. 봄은 참 따사롭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말입니다. 봄봄하고 자꾸 부르면 입안에서 새싹도 돋아나고 봄꽃도 필 것같으니까요.

어제 경남 울주군의 대운산을 다녀왔습니다. 멀리 동해바다와 울산의 공단지대가 보이는 아름다운 산이었다. 내원암이라는 작은 암자쪽으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경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포근하게 산세가 감싼 곳에 위치한 암자는 안온하였습니다. 대웅전에 가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이어 위쪽의 산신과 칠성님께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내원암 초입에 500년 수령의 팽나무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을 팽나무 어른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경의를 표하였습니다.

저는 요즘 인내라는 말보다 다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 이 말을 공감하고 또 공감합니다. 그저 살아냈다는 그 하나만으로 우리곁에 있는 수많은 어르신들을 공경해야할 것입니다. 온 몸으로 버티어낸 그 결과는 뜨겁고 슬픈 힘으로 작용하여 그 분의 내용이 되는 것일 것입니다.

긴 전쟁의 끝자락에 가장 위대한 자는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도 아니고, 큰 공을 세운 자도 아닐 것입니다. 그저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름없는 민초들일 것입니다. 포로가 되고 적의 화살을 맞고서도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인 것입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제 삶이 아득하였을 때 자신에게 했던 말입니다. 지금 나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한 발만 한 발만 더 디디면 그리고 저 터널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어느날 그 터널의 끝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날이 왔었었습니다. 아름다운 계획과 멋진 포부도 좋지만, 힘든 이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힘,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화단에 귀퉁에 핀 파아란 봄까치 꽃을 봅니다. 지난 겨울을 어떻게 이겨내었을까요? 잎줄기가 드문드문 말라있고, 잎사귀는 얼어 색이 붉습니다. 그렇지만 죽지 않고 살아, 겨울을 버티어 내고 한 줌 쏟아진 봄햇살 앞에서 누구보다 먼저 꽃을 피워올렸습니다. 대견합니다. 그리고 존경스럽습니다. 제 삶도 저 풀꽃처럼 매일매일을 버티고 견뎌, 단 한 줌의 햇살이 비추어주기만 하면 화안한 봄꽃을 피우리라 다짐합니다.

봄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봄햇살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참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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