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해안으로 대게를 먹으러 가자고 하여 기대에 부풀어 올라있었다. 딸 세 자매 가족과 우리부부까지 모두 13명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볕을 받으며 횡성휴게소에 들렸다. 셋째 딸과 만나기로 했는데 여주부근이 차가 많이 밀려서 늦는다는 전화가 왔다. 외손자들은 주전부리를 하는 재미로 여행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여행을 떠나면 마음이 들뜨고 얼굴이 환하게 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딸이 사주는 음료와 고구마튀김을 먹으며 휴게소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봄이 오고 있는데 먼 산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스키장의 눈도 녹지 않았고 야산의 비탈 밭은 파종을 하기위해 트랙터로 곱게 갈아놓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촌의 농가와 전원주택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굽이굽이 대관령을 넘어 다니던 과거와는 달리 터널이 시원스럽게 뚫려서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를 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둘째 사위가 아는 분에게 횟집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경포대 부근에 있는 전망도 좋고 신선한 회가 푸짐하게 나오는 집으로 찾아갔다. 2층 방에서 통유리로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좋은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큰 딸은 너무 좋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였다. 아이들도 창가로 몰려가서 파도를 보며 네 살짜리 손자가 저기 거품보라고하며 신기해하였다.
뒤따라온 셋째 딸이 도착하여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신선한 회가 푸짐하게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아들은 하고 있는 일이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다. 14명이서 하와이 여행을 다녀 온지 석 달이 되었는데 1박2일로 동해안 맛 기행을 나섰으니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아내는 딸을 잘 키운 덕분이라며 은근히 사위들에게 자랑을 한다. 우리 사위 셋은 모두 공과대학을 나와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세 자매 가족들은 서로 잘 어울리며 주말에 자주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아들을 장가보내면 처가에 빼앗긴다는 말이 우리 집 사위들을 보고 하는 소리 같았다.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나가니 바람이 일어서 추웠다. 숙소는 덕구온천인데 강릉해변을 따라 사천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앉을 자리가 없었다. 커피관련 물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구경을 하고 있다가 자리가 나서 커피를 시켜 마시며 다음일정을 협의하였다. 요즘은 여행도 사전에 정보를 검색하여야 시간 절약도 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 때문에 정보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스마트 폰으로도 검색하지만 나는 전날 저녁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곳을 가보자고 하였다.
4년 전 여행 때 추암 촛대바위를 둘러봤는데 근처에 이사부사자공원이 생겼다고 한다. 언덕에 세운 공원에서 촛대바위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구경하니 너무 좋았다. 건물도 세 동으로 이어졌는데 사자 상, 유리제품, 도자기제품이 전시되어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죽변항을 찾아 가니 어둠이 까리고 있었다. 맛 기행의 목적지에서 게를 삶아 먹었다. 주말이라서 인지 손님들이 너무 많았다. 4년 만에 먹어보는 게 맛은 역시 입맛을 자극하여 감탄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게맛살을 다 먹고서 게딱지에 밥을 비벼서 먹는 맛은 너무 좋았다.
저녁에 호텔에서 먹을 안주로 해삼을 샀다. 아이들은 음료수와 과일을 사가지고 어둠을 뚫고 숙소를 찾아가니 9시가 되었다. 천연으로 솟아오르는 온천수를 송수관을 통해 4㎞를 흘러오게 하여 온천장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온천은 내일로 미루고 큰방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온천수가 나오는 원탕 까지 네 명이서 등산을 나섰다.
응봉산계곡으로 들어서니 청량한 아침공기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온몸에 있는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금강송이 너무 아름다웠다. 계곡에 세게유명교량 12개의 모양을 본따서 만들어 놓아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용소, 선녀탕, 효자샘, 원탕분수대까지 아침등산은 운동도 되지만 소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는 것만 해도 또 오고 싶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 온천장에서 온천욕을 하였다. 자연용출온천인데도 42.4℃로 물이 부드럽고 온천물이 너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삼척으로 가서 가원도 별미 막국수를 먹고 가자고 한다. 셋째 사위가 검색한 집으로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는 맛 집이었다. 면발과 육수 봄동 김치가 별미였다. 정동진으로 들어가서 바다위에 배 모양으로 만든 썬크루즈에 들어가니 바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내는 손자들에게 장남감과 인형을 사주며 동심으로 돌아가 좋아하였다.
저녁은 유명한 횡성한우를 먹자고 한다. 새말 IC를 나오니 축협에서 운영하는 한우집이 있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이번 맛 기행은 회와 게, 한우를 먹는 고급 맛 기행이었다. 둘째와 셋째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인천과 수원으로 갔고 큰 딸은 우리를 실어다 주기위해 원주를 거쳐 충주로 달려가며 1박2일의 동해안 맛 기행이 좋았다고 내년을 기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