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필자가 삶을 알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억한 중요한 재료이었다. 매일 밤이 되면 석유를 사용해 호롱불을 켰기 때문이다.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해 석유가 떨어진 경우에는 밤을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다. 석유는 지구가 만들어 낸 거의 완벽한 고효율 에너지다. 처음에는 방수재료 정도로만 쓰이던 석유가 185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료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석유에 힘입어 각종 산업이 막대한 부를 만들어 내면서 19세기 중반 10억명이던 지구 인구는 200년도 못 되어 70억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인간에게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생명체이며 과학기술은 한계가 없다는 오만한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같은 석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석유 잔존량의 60%가 매장돼 있는 중동 국가와 미국의 유착으로 항상 불안정한 상태의 연속이기도 하다. 1차, 2차 세계대전은 석유 때문에 시작된 전쟁이며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왜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이라크를 침공했는지도 석유를 보면 답을 알 것 같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은 시추량의 80%가 바닷물인 상황이고, 영국의 북해 유전은 2005년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50%나 줄어드는 등 석유 고갈의 징조들이 뚜렷하다.
‘석유 없는 세상’은 장기 비상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장기’란 말이 붙은 것은 그 어떤 대체 에너지도 현재의 석유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태양력, 풍력은 사실상 석유 에너지로 만들어진 핵연료나 전지 등을 사용하는 석유 에너지의 연장선인 탓이다. 그래서 석유 문제를 꾸준히 주목해 온 사회비평가인 제임스 하워드 컨스틀러는 석유시대 이후 세상인 '장기 비상시대'가 이미 진행중이라고 엄중히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장기 비상시대는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인류가 앞서 겪었던 세계대전이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은 석유를 둘러싼 미래 전쟁에 견주면 축구경기 수준일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석유가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 경우, 가스와 전기가 끊긴 고층 건물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도시 주변의 타운하우스들은 빈민가가 되며,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많은 이들이 농업에 다시 종사하는 신봉건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쓰는 전기는 기본이 석유이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전기를 절약하지 않고 쓰는 우리 세대는 과연 이같은 석유 고갈 시대를 그린 ‘21세기판 신곡 지옥편’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대체 에너지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자세가 과연 좋은 것인지? 미래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