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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원단체 특별법인으로 해야"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창립 세미나…'교육발전과 교원단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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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3.06.26 13:45:00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24일 개최한 '한국교육발전과 교원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한 창립 세미나에서 1990년대 후반 미국과 일본 교원단체 운동사에서 제기됐던 교원단체의 정체성에 관한 토론이 활발하게 제기됐다. 다음은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요지.

◇서정화 홍익대교수 주제발표 요지=교원은 교원단체를 통해 교육발전에 필요한 교육여건 조성을 유도하고 교원의 권익신장과 전문성 개발과 함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등을 도모하며 이를 위해 교원 및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다. 이렇듯 교원단체는 이익집단으로서의 기능과 전문직단체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유네스코와 세계노동기구(ILO)가 작성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서도 그 기본 원칙의 하나로서 교원단체는 교육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돼야 하며 따라서 교원단체는 교육정책 결정에 관여해야 한다고 천명함으로서 교원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수준에 달하고 있고 초·중등교육 경쟁력 수준도 높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에 대한 일반 국민의 만족도는 높지 못하다. 그래서 교육이민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유학비로 연간 46억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교단 갈등으로 교육계는 희망과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우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교육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앞으로 교육개혁을 통한 교육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먼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개발을 위해서는 보편성의 기조 위에 수월성이 추구돼야 한다. 둘째 교육의 자율화와 다양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교육의 질 관리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넷째 교원의 전문성 신장 및 직무의욕 고취에 주력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섯째 직업 교육 체제 개편 및 생애에 걸친 학습 기회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일곱째 교육인적자원 개발 정책의 조정·총괄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교육의 방향을 지향하고 교육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이고 교원단체의 역할과 기여가 가장 중요하다. 무엇 보다 교원단체 활동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교직의 전문직적 특성과 학부모·국민의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투쟁적이고 정치지향적인 성향보다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전술·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며, 이를 위해 교원단체는 교육의 발전에 관한 원칙과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NEA의 밥 체이스 회장은 1997년 새로운 교원단체 운동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임금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이념은 더 이상 전문직으로서의 교사들의 이익과 학생 그리고 일반대중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전통적인 적대적 투쟁적 노사협상은 오늘날의 학교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질 높은 교육이며 이를 위해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학교의 공동관리자가 돼야 하고 여기에 부적격한 교사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교조도 42년간 32차례 파업으로 75만명의 교원이 징계(1989년 5월27일 동아일보
보도)되는 등 비타협 강경 투쟁을 벌여 왔으나, 최근에는 교육개혁 12제안, 더불어 배우고 사는 사회를 위한 제언 등 대안제시 활동에 힘쓰고 있다.

둘째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과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내세우면서 학교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교직 내·외의 환경과 여건 조성에 교원단체 활동의 초점이 두어지고 있다. 셋째 교직의 위상 강화를 위한 책무성을 제고해야 한다. 정책의 형성이나 집행, 그리고 평가 등 제반정책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교원집단의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이나 학부모 등 국민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는 교원 및 교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수 있고 이는 국민의 지지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원단체간 협력 및 동반자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교원단체간 적극적인 협상과 상호협력 노력이
필요하고 교원단체의 대변 및 교섭 채널의 일원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원단체는 특별법인으로 전환해 자율적 전문직 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되, 특별법에 대한 일반적·포괄적 감독은 배제하고 특별법인의 제정 운용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원단체의 단체교섭권 강화를 위한 관계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교원지위법이나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거나 전문직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노사대립의 개념을 넘어서는 교원단체의 정립을 위해 새로운 교원단체의 활동 및 단체교섭에 관한 법률과 같은 관계법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단체교섭을 활성화하고 정치활동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단체교섭과 함께 정치활동은 교원단체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활동을 통해 학부모나 시민, 정책결정자들에게 교육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의 질적 향상 및 교직을 전문직으로 확립해 나가는 첩경으로 보고 있다.

◇토론 △김시운 관악중 교사=작금의 상황은 교육발전을 위해 교원단체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교육단체가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고있는 게 아닌가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무시한 채 연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면서까지 길거리로 나서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원단체가 정체성을 확립해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신상명 경북대 교수=학교는 학습자들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과 전문적 이상에 헌신하게 되므로 학교가 전문적 공동체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의 리더십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더불어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학교가 구성원 모두에 의해 리더십이 행사되는 리더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교원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해 각 교원단체는 이념과 속성이 다를지라도 '동일성'을 창출해내야 한다. 교원단체가 각자의 목소리만을 낼 경우 학교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고진광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전교조가 견지해 온 투쟁방법의 강경노선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교사' '선생님'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기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노동자 교사에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빼버리자는 웃지 못할 주장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러한 가치혼란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은 과연 우리 교원단체가 교사의 전문성 확보를 어떤 측면에서 도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강소연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회장=미국 NEA의 전 회장인 밥 체이스의 교원노조 운동 방향에 대한 언급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다. 교사는 교장이나 교감과의 투쟁적 노사관계가 아니라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노력해야 하는 학교의 공동관리자이다.

△이승원 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교원은 양면성을 갖고 있는 직업이다. 성직과 노동자라는 두 가지 면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교원의 요구는 이 두 측면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토론자는 각 교원단체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정립돼 차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단체의 단체교섭권 강화를 위한 관계법 개정,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 등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현재의 모순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창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강성노선으로 유명한 일본교원노조가 1958년 교원 가입률 86.8%에서 2001년 31.5%로 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민은 어떤 노선이건 너무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단적인 증거다. 42년동안 32차례의 파업으로 75만명의 교원이 징계를 받았고, 일교조 예산의 대부분이 감봉 해고 같은 징계 보상비용으로 쓰였다는 사실은 일본 교육당국이 얼마나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일이다. 일본은 이제 노사관계가 가장 부드러운 나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인들은 이제 파업장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로
변해버렸다.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노조의 이기주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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