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제23권 『수평선 너머』)
-가려 뽑은 함석헌 선생님 말씀/김영호 엮음/한길사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라
그도 행복이니라
그 둘을 가지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뿐이니라
오늘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일자천금의 시에서 죽비를 달게 맞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가 그런 그대였기를 비는 아침.
35년 함께 해 온 제자들에게 그런 선생이었기를 비는 일요일 오후.
힘든 친구, 내 어깨에 기대어 울어줄 수 있는 그대이기를
안쓰러운 후배 선생님, 손잡고 위로해 줄 인생의 선배이기를
이 세상 두고 갈 때 웃으며 갈 수 있기를 빕니다.
한 편의 시가 몇 권의 소설보다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대의 스승, 함석헌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