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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그 순간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는 이미 상식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 코르노는 평생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온 치유심리학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림프종 4기 진단을 받는다. 아픈 사람의 심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왔던 그는 어떻게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싸워 이겼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생생한 실화를 담은 책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그 말이 이 책의 전부다. 열심히 공부하고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인생의 종점에 도착하고 마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특히, 가족을 책임지고 일터에서 인생의 시간을 소진한 중장년층이라면 이 책이 주는 메시지에 충분히 공감하리라.

필자 역시 그렇다. 교실에서 인생을 다 보내느라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자라는지,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해주지 못한 게 너무 많다. 아니, 자식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만 했다고 표현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가장 아프고 미안한 것은 자식들과 추억을 쌓지 못한 점이다. 육아휴직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기를 가지면 학교에 피해가 갈까 봐 임신 9개월이 될 때까지 배를 꽁꽁 묶어서 임신 사실을 숨기고 6학년 담임을 했다. 두 아이 모두 6학년 담임을 하며 출산했다. 어쩌면 태교를 잘한 셈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6학년 공부를 하게 했으니!

교직의 끝자락이 가까워오니 잘한 일보다 미안한 일, 잘못한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제자들보다는 가족들에게 더 그렇다. 이런 감정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니까. 이해해주겠지, 다음에 더 잘하면 될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늘 미루고 살기 때문이다. 내 진심을 다 알 거라고,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으며 사는 게 일상이 되어, 어느 순간에 이르면 당연한 것처럼 살다 보니 도착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의 자세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아프게, 진솔하게 하소연하는 책이다. 저자는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 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림프종 4기 진단을 받고 절망하던 그 순간에는 어느 누구의 위로나 보살핌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 자신이 평생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심리학자의 길을 걸었음에도 막상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 아무런 위로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진실!

인디언의 언어 세계에서는 ‘이해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말은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은 역설적으로 사랑이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지도 모른다. 그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는 이상 결코 이해할 수 없으니 이해한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무겁게 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 책이다.

맹자가 말한 “부모를 사랑한 뒤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 뒤에 만물을 사랑한다.” 를 생각하면 사랑한다는 말의 크기와 깊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만물도 사랑할 수 없다는 사랑의 무거움!

그러기에 노자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소리가 없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형상이 없으며, 가장 모가 나가 난 것은 모서리가 없고, 가장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고 했을까? 노자의 말에 사랑을 넣어서 굳이 언어로 표현해 본다면, “가장 큰 사랑은 소리가 없고 형상이 없으며 완성도 없다”가 아닐까?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은 우리 아버지 세대는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지 않았던 걸까? 입으로 내뱉는 순간 그 사랑은 오염되고 작아지니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고 생각했으리라. 사랑한다는 표현은 동양 사람보다는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언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텔레파시로 전해지는 사랑과 이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행복해지는 최고의 방법은 행복해하는 것

저자는 자신이 처한 극한 불행 앞에서는 그 누구의 위로나 걱정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했다. 오히려 같은 처지의 환자에게서 위로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누구든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함부로 위로하지 말 일이다. 극한 상황에 처해지면 ‘생존자아’가 형성되어 위기 상황을 이겨낼 자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 생존자아가 마음과 의식을 치유할 수 있도록 행복한 감정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행한 삶의 수렁에서 살다간 니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과 싸우며 초인적인 삶으로 죽음과 맞서며 "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존재"라고 외쳤다.  영장류 중에서도 가장 월등한 인간이 행복을 배우지 않으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니!

저자는 행복한 감정이 심장질환을 막아준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매우 긍정적인 사람일 경우에는 살면서 기쁨이나 만족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에 결릴 확률이 110퍼센트나 낫다는 얘기다.(컬럼비아대학교 의료센터에서 10년간 건강한 성인 1,7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중국 격언에 “행복한 마음이 의사보다 낫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삶에 대한 애착이 자기치유력을 높인다’ 거나 ‘음악이 가진 놀라운 치유효과’ 를 소개한다. 그 밖에도 ‘치유명상’이 시간을 느리게 하며 마음과 영혼을 평화롭게 이끄는 위대함을 소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당장 하라! 는 명령어다.

바로 지금, 내 삶이 끝난다면 꼭 하고 싶은 일, 그것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2016년의 숙제다. 가슴을 울리는 이 책을 만난 것은 겨울방학이 준 행복한 선물이다. 극한 아픔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어 절절한 글을 남긴 저자, 기 코르노의 삶에 감사와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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