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겨울산이 아름다운 진안의 운장산에 다녀왔다. 운장산(雲長山)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구름이 오래 머무는 산으로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정천면·부귀면,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있다. 운장산이 위치한 진안군은 1000m에 육박하는 산들이 많은 고원지대로 인근의 무주군, 장수군과 함께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진안고원을 이룬다.
이곳을 지나면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무진장’을 떠올린다. ‘무진장 많다’의 무진장(無盡藏)은 양적이나 질적으로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무진장 멀다’의 무진장(茂鎭長)은 진안고원이 오지 산간지방으로 만들어 교통이 무척 불편했던 무주, 진안, 장수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말이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남쪽으로 향한다. 서청주IC로 들어서 중부, 경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교차하는데 구름에 달 가듯이 희미하게 보이는 햇살이 흐린 날씨를 예고한다.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고 금산IC를 빠져나와 55번 지방도를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이 초창기멤버로 오랜만에 참여한 공월산님을 환영하고, 석진 산대장님이 산행안내와 다음 일정을 소개했다. 구름이 많이 끼고 해를 반나절 밖에 볼 수 없다는 운일암반일암을 차창 밖으로 구경하고 9시 25분경 피암목재에 도착했다.
운장산(높이 1126m)은 높이에 비해 등산코스나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다. 느린마을양조장(운장산휴게소)이 위치한 피암목재는 능선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하는 비교적 쉬운 코스의 들머리다. 피함목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피함목재에서 활목재까지 1시간, 활목재에서 서봉까지 30분, 서봉에서 중봉까지 30분, 중봉에서 동봉까지 30분, 동봉에서 내처사마을까지 1시간 거리다.
대불리독자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활목재까지 1시간 동안 고도를 높이는데 초입에서 가는 눈발과 찬바람을 만났다. 조망이 좋은 곳에 발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가까이는 장군봉, 멀리는 대둔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활목재에서 서봉까지는 직선에 가까운 깔딱 고개가 가파르게 이어져 숨을 헐떡이며 땀을 쏟는다.
운장산 정상에서 높이가 고만고만한 서봉(높이 1022m), 중봉(높이 1126m), 동봉(높이 1133m)을 차례로 만난다. 처음 만나는 서봉은 큰 암봉으로 아래에 조선 중종 때의 성리학자 운장 송익필이 수도했다는 오성대가 있다. 칠성대는 운장산에 살던 스님과 선비를 시험하기 위해 내려왔던 북두칠성의 일곱 성군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서봉은 예사롭지 않은 위용이 느껴지는데 주변의 산세를 굽어 살피듯 중봉과 동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근에는 서봉을 칠성대로, 중봉을 운장대로, 동봉을 삼장봉으로 부른다.
운장산은 그 자체로도 산세가 빼어나고 정상은 호남의 명산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멋진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흐린 날씨지만 굽이굽이 펼쳐진 산자락 사이로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도 보인다. 서봉에서 중봉까지는 비교적 산행이 수월하지만 중봉에서 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제법 거칠고 위험한 구간도 지난다. 유난히 많은 산죽이 산행을 즐겁게 하고 동쪽의 물은 금강, 서쪽의 물은 만경강으로 흘러간다는 것도 재미있다. 정상이 좁은 동봉은 표석이 서있던 자리만 남아있어 아쉽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늘 그렇듯 하산 길은 여유롭다. 석호 후배님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2.9㎞ 거리의 내처사마을 주차장에 1시 40분경 도착했다. 먼저 내려온 회원들과 현장에서 부친 전과 오징어찌개를 안주로 뒤풀이를 했다. 인정 많은 대포님은 하나라도 더 팔아주려고 시골아낙들이 등산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장소를 떠나지 못한다. 내처사동 초입의 높이 15m, 수령 300년의 소나무 보호수를 구경하고 2시 30분 청주로 향했다.
금산IC로 들어선 관광버스가 통영대전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리더니 경부고속도로 남청주IC를 빠져나온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를 어떻게 알겠는가. 뒤늦게 태양이 반짝하고 얼굴을 내민다. 가끔은 거꾸로 하는 것도 재미있다. 평소와 달리 출발지부터 내려줘 4시 30분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