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리를 하는데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수건을 깔고 가만히 누워 있느라 학교에 오지 못했다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와 컵라면을 먹으며 일하다 지하철에 치여 죽고도 과실혐의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어느 청년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직 이 사회는 우리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본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아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을 지어 찾아가는 곳이 바로 학교 매점이다. 그래서일까? 학교 매점은 매일 학생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빙과류나 시원한 음료를 사는데 많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 학급을 대상으로 용돈과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먼저 한 달 용돈을 얼마나 받는지를 물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한 달 용돈으로 평균 5만 원 받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아이 중 일부는 십만 원 이상을 받는다고 하여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도대체 아이들은 받은 용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가 궁금하여 질문을 던졌다. 많은 아이들은 군것질하는데 대부분의 용돈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 간 용돈 사용 내용이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학생은 자신의 외모와 관련된 물건을 사는데 용돈 대부분을 사용하는데 반면 남학생은 여가 활동을 하는데 많은 용돈을 소비하였다.
용돈 받는 시기로 필요할 때마다 부모들로부터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한 달에 용돈을 정확하게 얼마나 쓰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받는 아이들은 그나마 용돈을 계획을 세워 쓰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소수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교통비가 포함되지 않은 용돈을 받는다고 하였다.
사실 제일 궁금한 것이 아이들의 한 달 저축액이었다. 저축을 얼마 하느냐의 질문에 몇 명의 아이들이 용돈 그 자체가 부족한데 저축할 돈이 어디 있느냐며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저축은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몇 명의 아이들은 자신의 용돈 일부를 아껴 저축한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저축을 하는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제일 많았다. 그리고 특별한 날을 위해 용돈 절반을 저축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며 방학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저축한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여학생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용돈 20%를 매월 자선단체에 기부해 왔다며 여타 아이들도 동참해 줄 것을 주문하였다. 반면, 한 남학생은 한 달도 채 되기도 전에 용돈을 다 써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 적이 많다며 후회하였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한 달 용돈이 적다며 부모님께 용돈 인상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근검절약(勤儉節約)'하라는 말을 들은 적도 거의 없다고 하였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풍족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삶을 영위하다 보면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득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용돈을 물 쓰듯 쓰는 아이들에게 돈이란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할 때가 요즘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부모의 입장에서 용돈을 주고난 뒤, 아이들에게 용돈을 어디에 얼마를 사용 했는지를 최소 한 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사용 내용을 용돈 기입장에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