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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

기증 받은 어린이 신문 얼마나 읽혀지나?

학교에 들어오는 기증용 어린이 신문을 주말 과제로 읽히곤 한다. 시골이라 신문이나 잡지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읽는 책만으로는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줄 수 없다. 글을 읽기 시작하는 1학기 말이 되면 1학년 아이들의 지식욕은 엄청나다. 가히 폭발적으로 뇌폭풍이 일듯 책을 들이키는 모습을 본다. 이때 어린이 신문을 읽게 하면 무척 즐거워한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절정적 체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지식을 섭렵할 수 있는 재료로 어린이 신문의 위력을 체감한다. 교실에 모아두었다가 읽히려고 아껴둔 자료를 소개해 올린다. 각 학교마다 어린이 신문을 기증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분들의 마음과 기대만큼 기증된 어린이 신문을 잘 읽히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제발 읽히지도 않고(주말과제로 나눠주기라도 했으면!) 종이 재활용함으로 넣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다. 여기 우리 1학년 학생들에게 읽힌 조선의 위대한 선비, 정약용의 자식 사랑의 흔적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귀양길에서도 자식을 염려한 지극한 부성애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 시대 실학을 완성한 인물이다. 당시 서양의 학문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며 ‘목민심서’와‘경세유표’ 등 실학과 관련한 500여 권을 후세에 남겼다. 그는 전남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학연ㆍ학유)과 제자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다산 서거 180주기를 맞아 이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이라서 읽어 보게 한 내용이다. (2016. 4. 12. 소년한국일보 참고함)

“어린 너희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독서뿐”

어렸을 때부터 ‘다독가’였던 다산은 자식들에게 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배지에서 둘째 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오직 열심히 독서하는 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독서만이 기초 소양의 근본을 두텁게 쌓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는 기초 소양을 다지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미 없는 독서는 경계했다. 깨달은 바 없이 마구잡이로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으면 세심하게 연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몸 움직이는 것, 말하는 것, 얼굴빛 바르게 하는 것”

다산은 자식들에게 늘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일렀다. 올바른 몸가짐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내라”고 말했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아무리 뛰어난 식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먼저 도와줘라.”

다산은 천주교인이 되면서 유배를 당하고 중앙 정계에서도 배척당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식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먼저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남이 어려울 때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남을 도운 뒤에는 다른 사람이 보답해주지 않더라도 원망치 말고 바로 미루어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산은 “나는 지난번에 이렇게 해 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와 같은 말이 한번이라도 입 밖으로 나올 때에는 그동안 쌓은 공덕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개하고 보니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절실한 덕목들이다. 어쩌면 조선 시대보다 더 책을 읽지 않는 지금의 세태가 부끄러움으로 다가선다. 내가 기른 자식과 제자들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책을 읽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을 돕기는커녕 조금만 서운하게 하면 얼굴빛이 달라지고 가슴에 한을 품는 우리들의 모습을 질타하는 듯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도 내가 먼저 반성했다.

날마다 가르치며 내가 더 배우는 교직의 끝자락에 서서 더 잘하지 못한 회한에 반성문을 쓰는 지금.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어린이 신문의 한 꼭지가 마음을 찌르니 평생 배우는 이 자리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이 순간에 감사하며 7월 첫날의 교단일기 쓰기 숙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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