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5교시. 점심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의 식곤증(食困症)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얘들아,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단어가 무엇이니?”내 질문에 아이들은 평소 갖고 있던 단어 여러 가지를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답했다.
“독서, 단풍, 하늘, 엽서, 하늘, 운동회, 여행, 소풍 등.” 예상한 것처럼 여러 단어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먼저 말한 단어는 독서(讀書)였다. 이렇듯 가을 하면 연상되는 것이 독서(讀書)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 읽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문득 아이들이 연간 책을 몇 권 읽는지가 궁금하여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연간 평균 5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독서량이 많은 아이의 공통점은 국어와 사회과목을 선호하였으며 그 과목 성적도 여타 아이들에 비해 높았다.
반면,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아이들 대부분은 무료한 시간을 인터넷과 스마트 폰 게임을 하며 보낸다고 하였다. 그리고 책을 보면 잠이 온다며 책을 읽지 않는 이유의 변(辨)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모르는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모두 알 수 있다며 구태여 책 읽을 필요가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책 읽는 시기로 방학을 활용하는 아이들이 많았으며 평일보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독서기록장에 그 내용을 적어 생기부에 적는다고 하였다. 전공 관련 책을 많이 읽었으며 소설책과 인터넷 웹툰 만화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인문학 관련 책을 읽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읽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직접 구매하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 전자책(e-book)을 활용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어떤 아이는 단지 생기부 독서활동에 적으려는 방편으로 책을 읽는다고 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몰라 독서를 안 하는 아이들도 있어 교사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책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인터넷 문화에 젖어 책 읽는 국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작금,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싶다.
우선, 학교 차원에서 별도의 독서 시간을 배정하여 운영한다.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나눠주고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그 시간에 책을 읽도록 한다. 그리고 독후감 대회와 독서 토론 대회를 개최하여 우수 학생에게 시상한다.
여건이 된다면,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교내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함양하는 방법으로 시낭송 대회를 여는 것도 좋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시 1편을 외움으로써 학창 시절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지역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역에서 열리는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나 축제를 소개 및 홍보를 하고 학생들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때론,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작가의 문학세계를 듣고 대화를 나눠봄으로써 책과 직접 가까워질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가정에서는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좋다. 특히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기보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에서 개최되는 백일장 대회에 가족 모두가 참여해 보는 것도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다지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의 경우,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보게 한 뒤 책을 사서 읽게 함으로써 책 내용과 드라마, 영화 속 내용을 서로 비교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한 뒤, 그것을 맞추면 작은 선물을 주도록 한다. 그러면 아이는 그 차이점을 찾기 위해 분명 집중하여 책을 읽게 될 것이고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도 꽤 오래다. 그러나 이 수식어가 주는 의미는 책 읽는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 교정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할 텐데. 그 여유를 책을 읽으며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