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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을 찾아] 작은학교도 큰 교육할 수 있다 - 해남 마산초

우리 나라 땅끝 도시 해남의 마산초등학교는 전형적인 농어촌학교다. 분교장을 포함해 전교생 66명의 자그마한 학교다. 그런데 이 학교가 200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2월 1일 동신(5학년)이와 은정(3학년)이네 집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시골에서는 제법 거창한(?) 행사였다. 다름아닌 ‘효행의 집’ 문패달아주기. 이날 박영철 교장은 손수 문패를 달아주고, 남매의 어깨를 두드리며 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마산초등학교는 효의 생활화를 교육목표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고 있다. 이를위해 한 가지씩 효행실천하기, 효행독서, 조상들의 뿌리알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한다. 이러한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서  매년 2학기 말미에 문패달아주기 행사를 갖는다. 그 문패를 통해 효의 의미를 내면화하자는 것이다. 이학교가 새삼스럽게 효를 강조하는 것은 효교육이 인성교육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와 윗사람을 존경할 줄 알면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효 교육은 인성교육의 출발입니다.” 박 교장의 설명이다.

가정과 함께 하는 교육
 이러다 보니 교육의 장이 가정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른바 가정과 함께 하는 교육이다. 그렇다고 전 가족이 동원돼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내주고 풀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간에 대화의 자리를 많이 가지게 하고 서로에
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먼저 매월 한 번씩 ‘우리 가족 토론의 날’을 가지도록 지도하고 있다.한 주제를 놓고 전 가족이 모여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학교에서 보고하게 한다.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토의하며 합리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매달 한 번씩 부모님께 편지쓰기와 자녀에게 편지쓰기도 한다. 이때 아이는 부모에게, 부모는 아이에게 말 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이해심과 사랑을 키워간다. 가족신문만들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매우 쑥스러워 했지만 횟수를 거듭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최은식 교감의 말이다. 교사들도 전교생과 학부모들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보내준다. 병설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을 전일제로 돌보며 학부모들의 생업을 지원하고 있다.
[PAGE BREAK]눈높이 교육과정 운영
 마산초교의 전교생은 분교를 포함해 66명밖에 안 된다. 한 학년이 10명 내외로개별학습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점을 살린 것이 맞춤형교육과정이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주간별 학습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때 교사는 아이들의 능력과 수준에 맞도록 3단계로 구분하여 지도한다. 기초·기본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과제도 능력별로 제시하여 점검한다. 물론 다양한 상장제도를 활용하여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토의·토론 학습도 다양하게 전개한다.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 아이들에게 사고력과 발표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교과에 한정시키지 않고 교과 활동에서 공동 작업,협의,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 교장은 토론식수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이 직접 특기·적성교육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이 소홀해지기 쉬운 것이 특기·적성교육이다. 지역적·재정적 취약성 때문이다. 하지만 마산초교는 교사들의 적극성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한 교사가 한 프로그램씩 맡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교장 교사들까지 참여한다. 여느 도시학교처럼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는 못하지만 컴퓨터, 판소리, 미술, 무용, 합창, 수학, 군고 등 제법 알찬 편이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질높은 교육을 하기 위해 자기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학원에서 연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남다르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3학년 동훈이가 기자 앞에서 보여준 판소리 솜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교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전공과 특기를 살려 특기·적성교육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올 2월 정년퇴직을 앞둔 박 교장은 교사들의 열의를 고마워했다.

통학버스로 등하교
 시내에서 차로 15여 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마산면은 해남에서 제법 큰 면으로 통했다. 초등학교만도 분교장 1개를 포함해 5개교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산초등학교와 학생수가 12명이 전부인 분교장이 하나 있을 뿐이다.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과 농어촌 경제의 구조변화 속에 마산초등학교의 학생수도 급감했다. 넓은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은 학교통학버스로 등하교 한다. 1978년 졸업생으로 학생운송을 담당하는 민관홍 씨는 “당시 학생수가 600명을 넘어섰는데, 지금은 1/10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11월경이면 학생수가 특히 많이 줄
어든다. ‘중학교는 읍내에 있는 큰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이 6학년말경에는 해남시내 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에도 10명이 학교를 옮겼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6학년 학생수는 2명뿐이다. “교통편의 발달과 함께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대한 편향된 시각 때문인 것 같다.”는 6학년 담임 김용호 교사는 학생수 감소를 걱정했다.

노력하는 만큼 학교는 변한다
 불과 2년여 전까지 마산초교도 폐교의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당시 부임한 박 교장은 외부의 재정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백방을 뛰어다녔고, 교사들은 교육내용의 내실화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학교의 노력에 학교운영위원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위원장으로 학교지원에 앞장서온 이순배 마산우체국장은“학교 시설과 환경이 새롭게 바뀌었고, 학부모들도 교육내용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작년초 이 학교는 도교육청으로부터 새학교문화창조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그리고 지난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는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학교평가를 받았다. 평가위원들이 방문하여, 관찰과 면담을 통해 이루어진 평가에서 교육활동, 교육지원활동, 학교교육목표 및 발전 노력 등 전 부문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강병구 기자, bk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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