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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따기 위주의 중등영어…듣고 말하기 교육으로

수능시험성적 위주의 전형방법은 더이상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에 도움되지 않는다. 듣기와 독해문제풀이 중심의 시험이 진정한 영어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기출문제와 예상문제 풀이식의 영어공부는 사라져야 한다.

이동주(서울 경동교 교사)


들어가는 글
몇 년 전 초등영어교육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1997년부터 영어가 3학년부터 정규 과목으로 실시되어 4년 동안 영어를 배운 녀석들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덕분에 영어 교육·학습 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영어 못하면 바보가 되는 양 영어 배우기 열풍에 휩싸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꼬마들은 물론 초등 학생 녀석들은 무슨 스쿨, 무슨 영어, 이름도 묘연한 각종 학원에 앞다투어 다니느라 진땀을 빼고, 부모들은 IMF 상황에서도 자녀들 학원비 대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또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영어도 가르쳐야 한다는 때아닌 날벼락에 학기중이건 방학중이건 연수를 받으러 다니랴, 그도 모자라 학원 수강까지 하며 온 힘을 쏟아왔다. 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져 입시에 대한 부담은 덜었다지만 자기 동생보다 영어를 못할까 두려워 학교에서의 영어수업도 모자라 집에 오면 영어 학원은 필수로 가야 한다. 또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외국어 영역 시험인 영어가 아주 중요하다며 또 학원에 다닌다. 갖은 고생 끝에 대학에 들어간 대학생들도 TOEIC 900점 이상을 받아놓고 졸업해도 취업을 할 수 없다며, 휴학까지 불사하고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어학 연수를 간다고 짐을 꾸린다. 그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넘은 직장인들은 언제 퇴출될지 몰라 새벽이나 야간에 학원에 다닌다. 이 어른들은 그간의 고생도 잊은 채 자녀들에게 자기보다 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유치원 아이들까지 영어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로나마 영어공부를 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시 중산층 정도 가정의 영어학습 풍속도일 것이다.

문제의 제기
일반적으로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이 영어교육에서도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학습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요소가 오늘날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하자.

학습자 상황
초등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주당 2시간씩 4년간 총 272시간 영어공부를 하고 중학생이 된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객관성 있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야 초등영어교육의 공과에 대한 그간의 논쟁을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고등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의 여동생의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그 아이는 학원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해 왔는데, 오빠와 비교해 볼 때 듣기와 말하기에서 굉장한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오빠가 부러워할 만큼 ‘잘 하더라’는 것이 오빠의 고백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런 과정이 있었더라면 영어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말을 들었다. 분명 앞당겨진 영어교육은 영어 자체의 실력 향상이라는 면에서는 분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오빠가 중학교 때 영어를 공부했던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영어를 접했으며, 학교의 영어 수업에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과후에는 학원에 다녔는데, 일반적으로 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에서는 종합반이라고 하여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라 그도 그런 학원에서 다른 과목과 함께 영어를 공부했다. 수업은 해당 학교의 영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미리 예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내신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어 자기도 영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어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신성적에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와서 현재에 이르렀는데, 영어는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방과후에는 종합반 학원에 월 30만원씩 내면서 다른 과목과 함께 공부를 한다고 한다. [PAGE BREAK]중학교 때와 비교할 때 학원에서의 수업 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여 문법과 함께 거의 독해유형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간혹 듣기 문제 풀이 전략을 기르기 위한 연습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신성적 향상도 학원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므로 주변 학교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문제지를 입수하여 기출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출제한 영어 교사들의 경향을 분석한 예상 문제 서비스도 받아 학교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어 선배들이 고생하고 있으므로 자기도 ‘뭔가 더 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에 관한 원서를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할 것이며, 취업을 위해 TOEIC이나 TOEFL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 학생이 그간 영어학습에 대해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공부해 왔는지 알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는 뚜렷한 자기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가졌다기보다는 부모님께서 얘기하시는 ‘영어를 잘해야 잘 살 수 있다’라는 가르침에 따라 영어를 공부해 왔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학교 영어시간에도 충실하였고, 학원에도 열심히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잘 살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한다.
바로 이 아이가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저 보통 학생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사 상황
얼마 전 대학원에서 초등영어교육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방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전담하고 있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힘은 들지만 무척 재미있고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하려는 열의가 높아 매일매일 학습 자료를 만들고, 영어 교사 동아리에서 토론도 하고, 세미나도 참석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공부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아이들의 영어학습에 대한 태도가 무척 적극적이며, 교과서도 재미있고,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보조 교재를 사용할 수 있어, 자기만 더 노력한다면 정말 효과적인 영어학습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오랜만에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배 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학년을 가르쳤는데,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제각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왔는지 몰라 어리둥절 두 달 여를 학생들의 영어 학습 정도를 진단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예전의 방법대로 문법도 설명하고 해석도 해 보이며 가르치니 지루해서 45분을 견뎌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면서 알아듣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노래도 많이 나오고 박수까지 쳐가며 랩을 하는 것도 있고, 게임도 해야 하고, 또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니 무척 괴로웠던 모양이다. 예전보다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통제하기에는 수월하지만 요즘 아이들 심보가 고약해져서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성적이 많이 뒤쳐진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애석해 했다. 또한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 시간이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학생들이 정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실력이 예전만 못한데 어떡하겠다는 거냐고 한탄했다. 이번 방학에는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 직무 연수를 60시간 받아야 한다며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1학년 녀석들 보면 해석은커녕 영어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내는 학생이 한 반에 몇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영어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란다. 가뜩이나 쉽게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학원에서 족집게처럼 자기가 출제했던 작년도 학교 고사 문제를 분석하여 이번에 내는 문제까지 기가 막히게 예상해낸다고 개탄한다. 수준별 수업이라고 학급을 나누어 놓으니 동료들이 못하는 반에는 수업을 들어가기가 싫다고까지 말한다며 이래서 뭐가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PAGE BREAK]급기야 필기 시험에서 주관식과 서술형을 30% 이상 출제하라는 예전의 지침과는 달리 수행평가를 실시해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권장하니 태도 점수로 이런 녀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까지 쓰고 있단다.
그 수행평가라는 것도 집에서 하는 과제 형식(take-home paper)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그 학생이 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한다고 했다. 요즘엔 수행평가까지 책임져주는 학원에 수강생이 많이 몰린다는 말도 한다. 이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게 공부한 학생들이 2, 3학년이 되면 그 동안 학원에서 터득한 수능영어 독해유형 공략의 고수가 되었는지 학교 성적도 그런 대로 유지하고, 교과서를 끝내고 부교재로 함께 공부하는 수업 시간에도 곧잘 정답을 맞추어내서 가끔 놀라곤 한단다.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1학년용 공통 영어와 2, 3학년용 영어Ⅰ, Ⅱ 교과서도 이런 학생들의 영어학습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수능시험 준비로 영어수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하면서 이는 대학 입시가 낳은 공교육의 흔들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Wag the Dog”이라고 하는데, 개가 자기의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그 개의 몸체를 흔든다는 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또 이제는 이런 녀석들 데리고 영어로만 수업을 하라니 차라리 입시가 사라진 중학교로 다시 내려가서 큰 부담 없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재미있게 영어수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학습 환경 상황
새 천년이 되기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지식·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높여 컴퓨터뿐 아니라 영어사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는 확실한 준비라고 강조해 왔다. 물론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므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 수준의 영어과 교육 과정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도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종래의 문법·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영어교육 개혁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실제 학교의 영어수업 현장에서는 날이 바뀌면 영어 교수-학습방법 개선이니, 평가방법 개선이니 하여 각종 시책을 하달하고 있는데, 열린 수업하라, 수준별 수업하라, 수행평가를 하라, 영어로만 수업하라는 것들이 그것들이다. 한 때는 비싼 돈을 들여 영어 원어민을 수입하여 중·고등학교에 배치하고 제대로 된 영어수업을 해보자고 했다가 나라 살림의 어려움으로 계속적으로 실행하지 못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세계화에 앞장서는 지름길이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시작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영어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학교의 정규 영어 수업 시간 수도 주당 1시간씩 줄인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중·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없애기도 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모의고사도 보지 말라고 하고, 학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특기와 적성에 따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고도 하고, 학생들의 고통을 덜고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며 대학 입학 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내기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계획대로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미술이나 음악, 또는 사회 등의 과목을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한 반면, 영어를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양 아우성인 사회이다. 그래서 아무리 영어 공부를 하지 말라고 막아도 ‘영어 공부 ∼ 해라’, ‘영어의 ∼에 빠져라’, ‘영어 절대로 ∼마라’ 등 영어 공부에 대한 안내서쯤 되는 책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영어학습 관련 학원가는 성시를 이루는 그런 사회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잘 살 수 없었다는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우리들, 이제 우리들의 자식들까지 대물림되는 피할 수 없는 업보인 듯하다.[PAGE BREAK]몇 가지 제언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우리 나라 중등 영어교육에 있어서 학습자, 교사, 그리고 사회적 학습 환경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문제풀이 식 영어공부는 지양하자
앞의 중2 여학생의 예처럼,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수업에 따라 그저 듣고 받아 적기만 하고, 학원에서는 학교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영어 교과서에 대한 복습과 예습, 기출 문제와 예상 문제 풀기식의 영어공부는 생각하지도 말고 그런 방법에 발을 들여놓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앞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관심 있고 싫증나지 않는 방법으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듣기 공부와 함께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만화 영화부터 시작하여 보고 싶은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반복해서 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교과서에 부속된 테이프나 CD를 듣고 따라 하는 공부와 함께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에 필요한 문법과 어휘, 독해 요령도 공부하고, 생활 영어도 익히는 방법이 좋겠다. 이것은 컴퓨터를 통해서도 할 수 있으며, 외국 친구와 인터넷 메일 주고받기를 통해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도 기를 수가 있다. 알고 있는 동화 이야기도 좋고 짧은 단편 소설까지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읽는 것은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으로 영어 연극반이나 영자 신문반, 영어방송반 등에서 활동하는 것은 많은 영어 사용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한다면 남들이 생각하는 고역스런 영어를 즐기는 영어로 익히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끊임없는 자기연수 필요
이제 나를 포함한 우리 중등 영어 선생님들이 함께 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힘든 여건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어 공부의 즐거움을 심어주고, 어느 정도 귀와 눈과 입을 열리게 하여 중학교로 온 학생들에게는 최소한 그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영어공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영어공부의 필요성과 함께 적절한 동기와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정통해야 한다. 이전의 학습 단계였던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중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웠는지 아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토대로 현 단계의 교육과정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육과정이 현장 영어교육에 적절하지 못하다면 근거를 가지고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제안하여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교사 상호간에 서로 수업을 관찰하고, 토론 자리를 마련하여 조언과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을 함께 고안하여 적용하며, 유용한 학습 자료 제작과 활용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신평가에서는 평가의 원칙에 입각하여 내용 면에서는 학생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타당도가 있는 평가 문항을 만들어야 하며, 신뢰도 있는 채점과 어떤 이의도 제기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확보한 결과 처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적절히 병행하여 영어의 4가지 기능을 골고루 측정하여 학생들에게 앞으로 학습할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공부해서 학교 점수를 더 잘 받는다는 그간의 우스웠던 모양새를 불식시켜야 한다.
수준별 학습에 있어서도 잘하는 학생들 집단도 중요하지만 학년의 단계가 올라가면서 영어에 대해 좌절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므로 이들에 대한 적절한 학습보충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에서는 형식적인 활동반을 운영하기보다는 영어수업중에는 다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양하고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영어학습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PAGE BREAK]이렇게 하려면 자기 연수와 연구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승진 점수에 연연한 연수나 현장 연구를 해서는 안되며, 연수나 연구의 성과가 추후에 위와 같은 활동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어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학회 및 세미나, 실용 영어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모임 등에서의 활동으로 최근의 영어교육이론과 실제에 정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노력하는 영어 선생님이라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 영어학습 촉진자, 안내자로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을
끝으로 영어학습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 사회, 가정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 상황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므로 모국어나 제2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외국으로부터 아무리 좋은 영어 교육정책이나 방법을 들여와서 그대로 한다고 해도 그들만큼 잘될 수가 없다. 따라서 영어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는 각종 시책을 입안할 때에는 우리 실정에 맞는 실행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영어교육 이렇게 해보자 식의 일회용 캠페인 성격의 정책들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외면까지 당하는 지경에 처한 영어 교사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하여 꾸준한 연구와 연찬으로 영어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현장 영어 교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컨대 영어학습자료 제작을 위한 영어교사 전용 교무실 설치, 수준별 수업을 위해서는 영어를 전공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고생하는 인력들을 활용하여 보조 교사로 지원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서는 준비가 덜 된 교사들에게 실비로 연수를 지원하는 방법들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대학입학전형에서도 다소나마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지나친 수능시험 성적 위주의 전형 방법은 더 이상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듣기와 독해문제 풀이 중심의 시험이 진정한 영어 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평가한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되어 전형에 반영되어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으며, 대학별로 공인된 영어능력인증서를 확인하거나, 영어 구두면접과 토론면접, 논술 등을 실시하는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성적 올리기 식의 영어교육도 아닌 문제 풀이 요령만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운영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국적인 생각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관심을 고려한 스크린 영어, 실생활 영어 회화, 영어 노래, 영어 연극, 영어 독서, 영어 놀이 등 학생들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누구나 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을 누구나 다 잘 하지 못하듯이 개인적인 관심과 재능에 따라 영어도 못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미래 희망이 무엇인지 알고, 그 희망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어 능력만 갖추면 되므로 남들 다 하는데 하지 않으면 뒤진다는 부화뇌동을 이젠 없애야 할 것이다.

나오는 글
지금까지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영어교육의 현재 모습과 함께 중등 영어교육의 실상을 살펴보고, 두서없이 몇 가지 제언을 해 보았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영어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고, 또 나름대로 문제점에 대한 대안들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짧은 생각이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용기를 잃게 하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는 모든 분들께는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영어교육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지원을 하는 기관에는 조금이나마 현장의 소리를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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