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각종 바이러스성 간염, 음주, 약물, 비만 등 평소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너무나 다양한 요인들이 간 건강과 관련이 있다.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에 이어서 간 건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이미 연말은 지났지만 지난 연말에 과음한 술 때문에 간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은 독특한 음주 문화를 갖고 있어서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술잔을 돌리면 간염이 옮는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인가?
그건 확실하게 단언해서 설명하기가 곤란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가(특히 B형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면서 술잔을 돌리면 간염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을 수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술자리에서도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지만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자마다 그 결과를 다르게 보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떤 연구자는 술잔으로도 간염 바이러스가 옮는다고 보고하고, 또 어떤 연구자는 그렇지 않다는 보고를 하기 때문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니까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성 간염은 어떻게 해서 옮는 것인가? B형 바이러스성 간염이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이기 때문에 우선 B형 바이러스성 간염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이나 환자의 여러 가지 체액, 즉 정액, 질의 분비물, 모유, 눈물, 침 혹은 상처의 진물 등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특히 어머니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출산을 전후해서 어머니로부터 태아에게 전염되는 경우가(이런 경우를 수직 감염이라고 한다) 가장 많다.
또 아이들은 취학을 전후한 시기에 다른 아이들로부터 전염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약 8%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상황이라서 주변에서 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매우 흔하기 때문에 평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면도기, 칫솔 등은 가족과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씹은 음식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B형 간염 보유자가 음식을 요리하는 것 자체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또 같이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서로 다른 식기를 사용하거나 같은 음식이라도 따로 덜어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 가족 중에 B형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가 있다고 해서 항상 따로 식기를 사용하거나 식기를 소독할 필요는 없다.
그 다음으로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이 바로 C형 간염이다. 우리 나라 인구의 약 1%가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수혈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나 기구 혹은 바늘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마약 중독자나 병원 관계자에서 전염의 위험이 높다. 그리고 수혈을 받을 때에는 현재 모든 수혈용 피에 대해 C형 간염 바이러스 유무 검사를 하기 때문에 전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간염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자신에게 바이러스성 간염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혈액 검사를 통해서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 외에는 따로 정확한 방법이 없다.[PAGE BREAK]간염 예방 접종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항체가 안 생긴다는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것은 왜 그런가?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예방 접종을 했는데 항체가 생기지 않았다고 병원에서 항의하듯이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예방 접종처럼 B형 간염 예방 접종도 예방 접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방 접종의 시약의 상태, 접종 방법, 접종한 백신의 양,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주사를 맞은 사람의 개인적인 면역학적인 특성에 따라서 예방 접종을 해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항체가 전혀 생기지 않은 경우와 생기긴 했는데 항체의 양이 적은 것은 경우가 다르다.
항체의 양이 적은 경우는 추가 접종을 1~2회 더 하면 충분한 양의 항체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항체가 전혀 생기기 않은 경우에는 다시 처음부터 재접종을 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흔한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바이러스성 간염이라는데 이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간암이 흔한 것은 바로 이 바이러스성 간염 때문이다. 특히 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이 만성화되면서 결국 간암을 유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70% 이상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서 나타나고, 실제로 B형 간염 환자의 많은 수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그리고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의 발생도 한국에서의 전체 간암 환자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형태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C형 간염에서는 B형 간염보다 간암이 좀 늦게 발생하지만 발생률은 B형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