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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영어수업' 활성화해야

김병철 /서울고 교장·한국중등영어교육연구회 회장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빠른 속도로 하나의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며 개방화의 물결 속에 1일 생활권이 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거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어인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되고 있다.
 영어가 국가 사회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교육적 목표가 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영어교육 활성화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 중 과학·기술의 각종 정보가 대부분 영어로 전달되고 있다. 카플란(Kaplan)에 의하면 1982년 기준으로 세계 정보의 85%가 영어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영어교육 활성화는 '국경 없는 하나의 사회' 속에서 영어권 외의 모든 국가가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영어수업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Teaching English Through English)'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영어로 영어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유창한 회화 능력,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이 조화를 이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 나라는 제4차 교육과정부터 '살아있는 생활영어'를 강조했고 제5차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두었다. 제6차 교육과정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의 양성'이라는데 기초를 두었다.
 수준별 교수-학습을 강조하는 제7차 교육과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7차 교육과정에 담긴 영어교육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여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서 기초적인 생활영어를 익히고 선택중심 수준별 교육과정에서는 수준 높은 언어 능력과 실무영어 구사능력이 균형 있게 신장 될 수 있도록 생활영어와 실용영어에 중점을 두었다. 둘째, 유창한 언어사용 능력을 배양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 동안 우리의 영어교육은 문법 중심에서 독해력 중심으로, 독해력 중심에서 듣기·말하기 중심으로 변천해왔다. 셋째, 체험학습 교육과정을 통하여 살아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초등학교에서는 노래·게임·놀이 등 활동중심의 수업을 통해 자신과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익히는데 중점을 두고 중·고교는 다양한 의사소통활동과 수준 있는 구사능력 배양에 중점을 두었다. 넷째,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단계별 수준에 따른 성취기준을 명료화하였다. 성취기준의 수는 330개로 의사소통 예시문과 기본어휘 수를 크게 늘려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여 다양한 표현을 익히게 하였다. 다섯째, 심화·보충형 교육과정, 단계형 교육과정, 선택형 교육과정 등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영어라는 언어도구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하고 기초부터 높은 수준까지 다양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7차 교육과정은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영어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의 우리 영어교육 현실은 아직도 인적, 시설·재정적 측면에서 그 토대가 매우 빈약하다. 자격 있는 원어민 교사의 확보가 쉽지 않고 영어교사의 영어구사력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자는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처음 시작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쉬운 영역부터 점차 단계별로 높여 나간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과감히 줄여야 한다. 셋째, 학생 중심의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 경우 말하기 능력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넷째, 교과서 편제를 말하기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교과서 구성체제로서는 말하기·듣기 영역이 빈약할 뿐만 아니라 특히 말하기 영역은 극히 초보적인 단계이다. 다섯째, 영어교사의 해외연수는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해야 한다. 단기 연수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섯째, 국내 연수의 경우는 특별 프로그램 의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로써 'English Zone' 'English Town' 등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저렴한 경비로 해외연수와 같은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영어가 국제 경쟁력이다'라는 구호 속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있으며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해당)을 마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우리 나라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유치원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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