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행동에 대해서는 이제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점이 요청된다. 그것은 청소년 성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인식의 토대위에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며, 교육적 가치가 구현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를 청소년 성주체성의 확립(sexual subjectivity)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는 청소년을 무성적 존재로만 간주하여 자연스런 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성행동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무시해 왔다. 그러다 간혹 심각한 청소년 성문제가 알려지면 마치 그것이 청소년 개인의 문제인 양 문제의 청소년에게 비난과 질타를 하고 청소년의 성행동을 더욱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부각시켰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나 개입에 있어서는 통제적, 소극적, 사후적 성격이 강하며 예방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학교 중심의 성교육의 경우에도 순결중심, 성폭력 예방적 접근이 강하여 청소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10대도 섹스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누어주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청소년의 성에 대하여 상당히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관점의 행사가 벌어지기도 있다(한겨례 21, 2000). 반면 모 대학들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순결반지를 제공하는 등의 순결 운동을 펼치는 등 매우 보수적인 성교육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판매 및 구독 금지라는 법적 조처를 취한 유명 연예인의 성 고백적 소설은 많은 청소년들이 실제 구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O, P로 알려져 있는 유명 연예인의 성 체험 동영상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인터넷에 유포되어 지위 고하, 남여노소를 불문하고 이를 보기 위해 혈안이 됐었고 이의 배포 및 확산의 배후에 청소년들이 있었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여기에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및 인권 보호 혹은 그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 존중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장차 우리 사회가 자율성이 신장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중시되며, 남·여 그리고 연령의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등 사회의 전 유기체가 함께 참여하고 상호 존중의 평등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는 청소년 성행동에 대하여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점이 요청된다. 그것은 청소년 성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인식의 토대위에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며, 교육적 가치가 구현되는 것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이를 청소년 성주체성의 확립이라고 한다.
청소년 성주체성에 대한 이해 인간의 성은 단순히 생식과 종족보존의 본능적 요소만이 아니고 대인관계 특히 남녀관계에 있어 관계를 유지하며 친밀한 의사소통의 의미를 내포한다(안동현 등, 1999). 청소년기는 의존적인 욕구가 강한 아동기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이성교제는 물론 사회적 관계를 확대시킴으로써 성인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준비를 행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자율성과 대인관계의 기술 등은 청소년기에 다루어져야 할 매우 중요한 과업인데 이것은 곧바로 청소년의 성주체성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의 성주체성(sexual subjectivity)이란 일반적으로 청소년이 사회적 관행이나 기성세대의 압력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의한 자율성과 책임성 있는 애정적 성행동의 관념적·실천적 총체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청소년의 성주체성 있는 행동이란 청소년들이 자신과 타인의 성적 욕구 및 성적 자존감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면서 성적 결정을 함에 있어 기존의 가부장적, 남·여 차별적 관행과 보수화된 기성세대의 관점과 기대로부터 자유스러운 위치에서 상대방과 자신의 완전 합일된 결정과 금전이나 현실성 없는 약속 등의 절대 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심적 부담과 책임을 온전하게 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성행동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청소년기에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상대방과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인 노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주체성 확립, 왜 요구되는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주체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사회적 맥락에서 보면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의식 및 행동의 개방화 우리나라의 성의식과 성행동은 조사지역과 조사 시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점점 개방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성친구와의 교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성교제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첫 이성교제의 시기는 중 1에서 중3 사이가 가장 높으며(김혜원, 2002), 특히 주목할 점은 청소년의 이성교제 동안에 상당부분 신체적인 접촉이 이어진다는 점이다(김혜원·이해경, 2001). 둘째, 혼전 성관계에 대해 허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의 약 70%는 미혼인 남녀가 서로 사랑하면 혼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하였고(정문숙, 1998), 과반수 이상의 청소년들은 키스나 포옹 등이 청소년 문제행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성관계에 대해 청소년의 13.1%가 청소년의 성관계가 문제가 안된다고 응답하였다(임성택·김혜진, 2001). 셋째,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의식과 성문화의 특성에 있어 이중적 기준, 남·여 차별적 요소가 있다. 남자청소년의 경우, 혼전순결이나 임신, 강간 등의 문제에 있어 여성에 비해 남성에 대해서는 더 허용적이고 성적 결과에 대해서 여성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강요하는 등 성차별적인 태도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혜원·이해경, 2000). 따라서 남녀의 성을 평등하게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2. 왜곡된 성문화 및 성문제 증가 왜곡된 성문화·성문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성관계의 경우 사랑이나 합의에 의한 자발적인 성행위도 증가하지만 강요나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심리·생리적 성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성행위가 많다. 특히 여자청소년의 경우 성행위의 원인에 상대방이 원해서라는 응답이 많아 청소년들의 성행동이 비주체적인 성적 의사결정에 의해 야기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교 경험은 무계획적, 충동적, 음주행위와 밀접히 관련이 높다(윤가현, 2000).
둘째, 성에 대한 청소년의 개방적인 태도나 빈번한 성행위와는 달리 성행위에 따른 실제적인 문제, 즉 피임, 임신, 낙태, 출산, 성병 등에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박현이(2000)의 연구에서는 조사대상자의 72.1%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았으며 김혜원·이해경(2002)의 연구에서는 남녀 모두 피임을 안한 것이 80%나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성교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피임실천율이 낮은 이유로는 피임에 대한 무지 등의 이유도 있지만 성관계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피임도구를 준비한 계획된 성행위를 하였다는 비난에 대한 방어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아진다. 셋째, 청소년의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성폭력 가해자가 19세 이하의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이다. 여고생의 경우 전체의 45.6%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였으며 강간을 당한 여고생은 전체의 2.8%였으며 대다수가 아는 사람에 의해 성폭력이 행해졌다(김상원 등, 1998).
3. 청소년의 참여, 인권의식 및 자율성의 신장 자율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과 직접적 표출의 증가는 그들의 성주체성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98년에 개정된 ‘청소년헌장’에서도 청소년들의 인권과 자율, 참여, 선택적 가치의 존중, 성숙한 사회인으로 인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청소년의 성주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권고 사항으로 생각된다. 기성세대가 부여하는 ‘성’의 질서 혹은 질서의 강요에서 비록 청소년이라도 그들 개인의 자유, 책임을 강조하는 질서로 이동하여야 한다.
4. 성과 관련된 예술과 인터넷의 발전 청소년들의 성 혹은 성관련 정보와 성애물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방지하기 어렵다는 것도 청소년의 성주체성을 인정해야 하는 사회적 맥락과 관계가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그리고 그것을 청소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익숙한 컴퓨터적 마인드와 기술을 가지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잘 적응하면서 또한 그들의 몸과 정서에서 강렬하게 요구하는 성적 호기심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 포르노나 음란통신 등은 성문제를 유발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정보통신윤리위원회, 2001). 이는 인터넷 포로노물에 대한 현실적 접근의 교육 부재라고 판단된다.
5. 청소년 성주체성의 세계화 추세 성혁명은 산업혁명의 결과인 동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Anurin, 2002).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성적으로 활동하는 나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2001년에 행해진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소년의 경우 평균 17.7세, 이태리소년의 경우 평균 19.5세, 노르웨이소년 18.3, 프랑스소년 18.1, 독일 17.9, 미국의 경우 16세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1996년에 개최된 제4회 세계여성대회 실무위원회에서는 청소년들을 성적 주체자로 인정하였다(박광배, 2000). 이렇듯 청소년의 성에 대한 태도는 시간에 따라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 성은 관계를 형성하고 난 뒤의 경험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의 자연스런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McCabe & Cummins, 1998).
이러한 세계적 풍조는 기성세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 청소년들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그러한 세계의 보편적인 것들 중에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건강하고 유익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 성과 관련하여서는 인권, 다양성과 개인차의 존중, 남녀평등, 사생활보호, 성적 소수자들의 권익 등과 관련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모두가 청소년의 성주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소년의 성주체성 확립의 사회적 의미 1. 청소년 자아정체감 형성에의 기여 청소년의 건강한 성행위란 타인을 강요하거나 착취하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심리·애정적 성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김기환, 1999). 청소년기의 성관계는 자아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또래집단, 부모, 이성 친구를 포함해 여러 가지 관계를 변화시킨다(Upchurch et al., 1998). 또한 훌륭한 성경험은 서로의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도 한다(Chilman, 1990). 청소년의 성행위는 전통적인 성윤리 기준에 의해서 반드시 비행적이거나 일탈적인 행위로만 해석할 수 없으며, 스펙트럼상의 어떠한 성행위도 하지 않는 청소년이 건전하고 모범적인 청소년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도리어 건전한 성행위를 습득하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심리발달적 장애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김기환, 1999).
성행위 결정에 있어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주로 성행위의 유·무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주도해 왔던 순결 이데올로기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청소년의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성행동의 결정에 있어서도 결정된 결과 이상으로 그러한 결정에 이르는 과정의 존중은 청소년의 성장에 보다 유용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에게 보다 강도 높게 요구되는 덕목 중의 하나는 독립적인 자기결정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즉, 성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하여 성과 관련된 다양한 발달과업을 완수하여 자신의 정체감을 확립하여야 하며 사회는 이들이 건전하게 자신의 성적 발달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2. 청소년 성범죄 예방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청소년 성범죄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즉, 세계 주요 10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성인범죄 대비 청소년범죄의 전체 발생률은 조사 대상국 중에서 9위로 매우 낮은 편인데, 그 중에서 강력 범죄만을 비교했을 때는 2위이고, 성범죄는 불행하게도 2위와 상당한 격차를 두고 1위이다(이종원외, 1991). 이것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외국의 청소년들에 비해 약한 성도덕성과 강한 성충동의 결과라기보다는 우리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성행동에 관한 이중적 기준 그리고 청소년의 성행동에 관한 폐쇄적이고 통제일변도의 문화에 상당부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모든 성범죄의 절반 가까이는 10대에 처음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청소년과 성인에 있어 희생자의 연령, 강제의 정도, 그 외 성범죄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한 연속성이 있으므로(Caputo & Frick, 1999) 청소년기의 왜곡된 성의식은 성인으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영국과 스웨덴, 네덜란드과 같은 유럽에서는 청소년의 성적 주체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10대의 성행동을 사회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임신을 사회문제로 본다. 따라서 청소년의 성행동을 막기보다는 임신을 막는 것이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 10대의 성행동을 문제로 보는 미국에 비해 청소년의 임신율과 인공임신중절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윤혜미, 1999). 따라서 청소년의 성주체성을 기초로 하는 건전하면서도 현실적인 청소년의 성윤리관의 확립은 성관련 범죄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 청소년 자기결정권 신장 청소년들을 일률적으로 심리적인 미성숙자이고 판단무능력자라고 간주하면서 그들의 자기결정권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의 잠재력 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청소년의 자율성과 자기결정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의 심리적 성숙과 판단력의 발달을 촉진하기도 한다(Tremper & Kelly, 1987). 따라서 청소년 시기에 있어서의 자기결정원리는 대단히 중요한 교육적 의미가 있는 가치로서 교육현장에서 그리고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그 중요성이 확인되고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 있는 성인으로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청소년 시기의 자기결정권은 그들의 성주체성의 인정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신장은 그들의 성주체성의 인정에서 연유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청소년시기에 가장 큰 변화로 다가오고 또 그들의 정신적 과정과 행동의 결정을 하는 데 가장 핵심적 기능을 하고 있는 성과 관련하여 그들의 책임 있는 결정을 존중해 주지 않고서는 그들의 다른 의사결정에 대한 존중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 청소년 성건강권 보장 최근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강과 인권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성적 건강과 인간의 권리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Miller, 2001). 또한 이미 1974년 WHO보고서에서도 성적 건강은 인간의 권리라 하고 있다(김한경, 1997에서 재인용).
성적 건강이라는 용어는 단지 질병이나 역기능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행동에 대한 위험, 책임, 결과, 영향에 대해 비중을 두고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성적 학대로부터의 자유, 인간의 성과 생활을 통합하는 능력과 문화적, 종교적으로 성을 표현할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나 법을 침해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나이에 적합한 구체적이고 적절한 성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성적 역기능과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하고 건강전문가를 위해 성관련 문제에 있어 적절한 전문가 훈련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1990년 가입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the Right of the Child)’에서는 재생산과 관련된 보호를 포함하여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제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국제적으로 승인하였다.
5. 양성평등한 성가치관 및 건강한 성문화 정착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청소년의 성행동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한 Van Roosmalen(2000)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힘과 통제의 문제는 여자청소년의 삶에 중요한 부분으로 여전히 있었으며 특히 이상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여성주의적 관점을 채택하는 데 있어 상당한 문화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즉, 여자청소년의 경우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받아들일 때 친구나 이성친구로부터 소외되는 위험이 높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버릴 때 비로소 동료친구들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자청소년의 경우 동료친구로부터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것을 선택하고 진정한 자아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특히 여자 청소년들이 성적 욕망을 표현하면 마치 이들을 매춘부나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사람쯤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Durham, 1998).
건강한 성문화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중적인 성의식과 성규범을 타파하고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성규범이 새로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성을 친밀한 의사소통 행위이며 남녀 간의 전인적 결함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성기중심적이고 성교중심적인 성행위로만 성을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성에 관한 각종의 허구적 관념들, 편견들을 불식시켜 나감으로써 지나치게 성을 확대하거나 축소, 은폐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유가효, 1997).
나가면서 청소년의 성주체성의 인정은 성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적 발달을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고, 성과 관련된 행위를 선택함에 따른 책임을 인식하도록 하며 또한 가족과 함께 성문제에 대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촉진시켜 줄 것이다. 또한 만연되어 있는 성과 관련된 사회적 제 문제의 근원인 성차별과 연령차별의 벽을 동시에 허물고 남녀노소가 평등한 관계로 상호존중할 수 있는 복지사회의 가치를 촉진시킬 수 있는 효율적 방안으로 생각된다.
상대방의 성 의사결정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전근대적인 순결만을 강조하지 않는 건강한 성주체성 확립은 남녀노소의 상호존중 실천의 첫걸음이자 그 결정판이다. 따라서 청소년 성주체성의 확립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가 아니고 새 시대에 요구되는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성문화의 도래인 동시에 모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복지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