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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성 교육 위한 제도 필요하다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기준이 갈팡질팡하면서 고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 당국에서는 내신만으로 선발한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경험한 터라 내신 반영으로만 선발하는 학생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대학의 내신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학생의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무시한 현재 고교교육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수시 1학기 접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도 일선 고교의 내신 반영률이 확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등 대학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반영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수시 1학기 대입전형에서는 내신만으로 합격의 당락이 거의 좌우되기 때문에 일선 고교에서는 내신 비중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고, 대학 당국에서는 내신만으로 선발한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경험한 터라 내신 반영으로만 선발하는 학생을 줄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학 담당교사들의 혼란 가중돼
대학 당국은 학생선발권을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 지 뚜렷한 발표도 없이 언론에 흘려보냄으로써 진학을 담당하는 현장교사들의 업무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1등급에서 4등급까지 간격을 미미한 차이로 설정함으로써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특수고등학교나 도시 중심지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대학 측의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이로 인해서 시골 고교생들의 내신 등급은 상대적으로 무의미하게 되어 버리고, 수능에서도 대도시 같은 등급의 학생들과의 경주에서 시골 학생들은 유리한 환경에 처해 있지 않다. 그러기에 농어촌 전형이 생겨난 것이다.

사실 대학에서 학생 선발에 내신 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려는 것은 이런 시골의 학생선발 특혜를 줄이고 도시 변두리에서 농어촌 전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성적 등급을 대도시의 학생들의 등급과 같이 인정하지 않고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대학 본연의 연구력을 높이려는 의도는 인정한다고 해도 대학 당국도 대학 자체에서 수학 능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영도 높여도 부작용 염려돼
대학 당국에서는 학생의 능력을 고교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내신의 반영률을 낮추려는 의도를 들어내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업 추세를 보면, 방과 후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열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학업에 대한 성취도가 높아지려고 하면 학생들의 바른 생활태도부터 갖춰져야 할 것이지만, 고교현장에는 학생지도를 교내 상주 경찰에 맡기고 있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의 손을 떠난 학생지도는 학생들을 자유방임의 천국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인지 현장교사들의 반론을 듣고 싶을 정도다.

학생들의 내신 반영도가 높아질수록 교실현장의 질서는 높아지고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태도는 높아질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박 겉핥기’식의 공부가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고, 학원은 학생들의 중간고사 대비, 기말고사 대비 하면서 상술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로 인해 학원 강사들이 학교교사와의 결탁해 학교 홈페이지에 시험문제를 빼내는 등의 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학원은 시험지를 복사해 시험지 문제에 대한 옳고 그름을 평가하여 학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학교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게 되는 등 시험지 공개로 인한 불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 요구하는 내신반영률 평가절하는 고교 교육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부는 교사초빙제와 초빙교장제를 병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장초빙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교장의 잔임을 채워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다는 따가운 여론을 불식시키는 방안이 없이는 초빙교장제는 무의미할 것으로 본다.

그러기에 초빙교장제를 취하는 학교에서는 교장을 초빙하는 데 조건을 내세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임기 동안 주어진 조건을 잘 수행했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했는가를 1년마다 평가해 내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고교생의 대학수학능력 키워야
그렇다면 내신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전국학력평가 시험을 중간고사 아니면 기말고사에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국학력평가를 인문계 고교 1, 2학년생은 1년에 5번, 3학년은 6번 정도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날 학생들이 시험에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지 못하다. 아니면 말고 하는 형식을 취하는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이 제도가 무언가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가의 세금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려는 의도가 유명무실해져 버린다면 그 제도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수시 1학기 대입 전형을 치루는 학생에게는 대입적성검사를 받는 방안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2010년도부터 수시 1학기 대입 전형이 없어진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시 1학기 대입 전형은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 보면 수시 1학기를 통해 합격이 남아 있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여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여건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수를 확보하고 교실의 수를 보충하고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될 때 가능하다.

셋째,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이 학교마다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육부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교등급제가 인정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각 고교 내신 성적을 일률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대학 측의 견해인 것 같다. 일부 사립대학 측에서 내놓은 1등급에서 4등급까지 같은 등급으로 인정하자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천차만별인 내신 등급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어렵고, 그래도 각 학교의 우수한 학생이라고 한다면 4등급까지는 같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는 수준별로 반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혼합성을 띤 반구성에서 교사의 교수 방법을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반은 수업 분위기를 방임형으로 이끌어 나갈 때가 있고, 어떤 반은 민주형으로 이끌어 나갈 때도 있다. 현장교사들의 이 같은 어려움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평가 문항의 선정에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문제 같지 않은 문제를 만들어 평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항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야 한다고 하니, 현장교사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닌 경우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중학교에서 적성검사를 충분히 하여 이과로 가야 할 학생과 문과로 가야할 학생을 분명히 해 주었을 때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지도에 그나마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고교 인문계에서는 도저히 수학 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학생의 상태인데도 부모님의 극성에 의해서 또는 실업계 기피 현상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인문계 고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적응을 할 수 없게 되고,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할 수 없어 옆 학생들과 소란을 피우거나 아니면 수업시간에 핸드폰으로 몰래 게임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등 교사와 학생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나타나곤 한다.

넷째, 교교등급제와 내신반영률 문제, 지역할당제와 선발된 학생의 대학수학능력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궁극적으로 대학에 선발된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 부족에서 야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류 대학의 문턱에도 갈 수 없었던 고교에서 당당히 합격이라는 명함을 낼 수 있게 됨으로써 시골 학교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새로운 희망을 줘 우수한 시골 학생이 타 시·도에 전출을 가지 않는 이유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좋은 결과를 외형상 도출해서 좋았지만, 대학 측의 입장에서는 고등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대학의 본래 목적은 국가 목적에 맞는 다양한 인력을 배출하여 다방면에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집단에 속하는 개개인은 집단에 맞는 수준을 갖춰야 하고 강의도 그 수준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고교 신입생 선발부터 신중해야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것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역할당제 신뢰도를 높이려고 한다면, 농어촌 전형지역 확대를 강화하고 실업계 특별전형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것이 고교현장에서 수월성 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사실 수월성 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진행되려면 방과 후 학교의 수준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마나 소수의 학생을 지도하기에 필요한 지도비용을 충당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학부모 부담으로 진행하려고 하니 민원이 야기되고, 학교차원에서 하려고 하니 소수 학급인 고교에서는 인원을 채우기에 어려워 수월성 교육이 일반 학생들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을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고교현장에서 보는 고교내신제와 지역할당제의 만족도에는 뚜렷한 대안이 있다기보다는 고교내신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교 신입생 선발에 있어 적성검사를 강화하여 인문계 고등학생으로서의 수학능력 정도와 적성을 평가하는 방안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또 현재 인문계 고교에서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해소하기 위해 고교 신입생 선발 원서접수도 인문계와 실업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인문계는 실업계보다는 그래도 학업에 대한 집착이 드높아야만 되는데,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기 위해 붙잡아 두어 오히려 타 학생에게까지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고교 신입생 선발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고교내신제 등급에 신뢰성을 드높이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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