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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배움이 하나되는 통합교과 교육, 남대구초등학교

“올해 수업계획이요? 아이들하고 계속 상의해봐야죠.” 이미 한 학기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남대구초(교장 최명자)의 올해 교육계획은 아직도 미정인 상태다. 그렇다고 남대구초가 지금까지 교육과정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연초에 교육과정을 수립했지만, 수업 과정에서 발견되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살아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유동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삶과 배움이 하나가 되는 교육을 하는 것이 남대구초의 목표다.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는 ‘수업의 재구성’
대구시교육청 지정 1호 초등자율학교인 남대구초는 창의성교육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된 2006년부터 5년째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하는 ‘남대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대구 프로젝트란 각 학년에 맞는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 허용된 범위 안에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학생의 삶과 관련한 문제 중심으로 재구성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연초에 교육과정을 수립할 때도 각 프로젝트의 주제에 따라 기존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매 시간 수업이 끝나면 다음 차시 계획을 학생과 함께 수립해 나가는 2차 재구성이다.

매번 교육과정을 수정해 수업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여 심도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는 매우 크다.
‘성장’을 주제로 삼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1학년의 한 교실을 살펴보자. 교실 뒤편에 게시된 프로젝트 진척상황의 가장 왼쪽에는 예상 주제망이, 바로 그 오른쪽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형 주제가 붙어 있다.
교사가 학기 시작 전에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추려 정리한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학기 초의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관심사를 살피고,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해 나간다. 프로젝트 진척 상황 게시판에 비워놓았던 부분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하나 채워 넣는다.
이 학급의 경우도 처음에는 ‘성장’이라는 주제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과 여러 동식물의 성장에 대해 수업했지만, 학생들이 공벌레에 많은 관심을 갖자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협동작업 중심의 통합교과 수업
남대구초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통합교과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주로 통합되는 교과는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의 세 과목으로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할 때도 이 세 교과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내용을 추출해 대주제로 삼는다.
여러 과목에서 공통으로 다룬 내용을 연계해 가르치니, 깊이 있는 수업과 시간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교과의 모든 내용이 과목 간 연계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 차시에 이런 수업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1, 2학년은 60%, 그 이상 학년에서는 20~30% 가량을 통합형수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도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토론식 수업이다.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고 다른 학생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계발하고,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기에 토론식 수업은 아직 무리가 아닐까싶지만, 1학년 학생들조차 기대 이상의 진지한 토론 능력을 보여준다. 다음은 1학년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 공벌레 모형은 배를 노란 비닐로 만들었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나요?”
“아기가 나오라고요~”
“그래요 공벌레는 배가 노란색이면 임신한 거라고 배웠죠?”
“예~”
“그럼 이 조가 만든 공벌레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데, 우리가 실험했을 때 공벌레는 언제 이런 모습을 했었죠?”
“겨울잠 잘 때요~”, “뒤집어졌다가 일어날 때요”, “위험할 때요.”
“선생님, 실험에서는 위험할 때 몸을 마는 건 못 봤는데요.”
“그래요, 우리가 실험할 때는 못 봤었어요. 그럼 우리 친구는 어떻게 알았어요?”
“도서관에 있는 책에서 봤어요.”


실험 · 관찰을 통해 공벌레의 행동에 대해 배울 뿐 아니라 직접 모형을 만들어 보며 배운 지식을 다시 구체화 하고, 그 모형에 대한 발표 · 토론을 통해 부가적인 정보도 교환한다. 이제 갓 학교에 첫발을 들인 어린 학생들이지만, 이런 과정에서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등 진지하고 진취적인 학습 자세를 체득해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형 등을 만들며 길러지는 예술적 감각 역시 이 수업 방식이 갖는 장점 중 하나다.
이런 남대구초의 교육성과는 지난 4월 2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제1차 미래공동체 포럼에 서 소개돼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 최명자 교장은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춘 수업을 하니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져 학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사실상 선행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교육 절감효과도 크다”면서 “이런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서로 한 데 이어주는 교사의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한데, 바쁜 와중에도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제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 해의 교육을 정리하는 ‘남대구러닝페어’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남대구 프로젝트지만 출발 당시에는 학력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로부터 우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선생님 말씀을 한 마디라도 더 들어야 할 시간에, 학생들이 토론을 한다고 교실이 시끌벅적하니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런 학부모의 걱정을 덜고 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남대구러닝페어’다. 매년 11월~12월경 학생들이 공부한 자료와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 · 발표하는 이 행사에서는 남대구초의 한 해 교육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이 자리에 학생들이 손수 만든 초청장으로 학부모를 초대해 아이들의 자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니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행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간의 정도 두터워진다.
이에 더해 ‘학생 성장 기록철’을 만들어 개개인의 특성을 누가기록, 상위 학년 교사에게 전달, 학습 · 생활지도 및 학부모 상담에 활용도록 해 연속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기초 학력이 소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력 자리 카드’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학력수준을 확인 ·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프로젝트 학습과 더불어 창의적 교육활동이 균형 있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토요 전일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 교장은 “그동안 프로젝트가 사회과 중심으로 약간 치우쳐져 운영된 면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학년별로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주제를 수정해 보다 균형 있고 종합적인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삶과 배움이 하나 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글 · 강중민 jmkang@kfta.or.kr
| 사진 · 김성동 sd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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