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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통해 안전의식 키우는 ‘안전지도(Safety Map) 만들기’

여러 학교에서 범죄 관련 안전교육을 위해 경찰 관계자 등 범죄전문가를 통한 특강을 개최하고 있지만, 강의식 강좌는 어린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지만 안전교육은 특히 학생 스스로 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으로 ‘안전지도 만들기’를 소개한다.

학생 스스로 만드는 안전지도

한국셉테드학회 이경훈 회장(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이 경기 과천 시내 4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안전지도 만들기’ 수업은 학생 스스로 체험을 통해 안전의식을 고취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안전지도(safety map)란 특정 지역 내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했거나 가능성이 높은 장소와 범죄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큰 장소를 표시한 지도를 말한다.

안전지도 제작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직접 주변을 돌아다니며 위험지역을 지도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도에 자신이 겪었던 일과 친구의 경험담, 지역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 등을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게 됨은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해야 할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보통 범죄지도는 경찰에 보고되는 범죄를 기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학생 간 구타나 갈취행위처럼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어도 학생입장에서 더 체감도가 높은 정보는 반영돼 있지 않다. 그에 비해 안전지도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실제 겪었거나 일어난 사실을 기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훨씬 실질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수업 후, 대다수 학생의 안전지식 강화

연구차원에서 실시된 이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체험을 통해 안전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실시된 것으로, ‘한국형 안전도시’ 시범 지역인 과천시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수업 후 21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 인근의 위험지역을 잘 알게됐다’는 응답이 94%,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가 91%, ‘위험한 상황 발생 시 도움받을 수 있는 학교 주변 지구대와 안전지킴이집의 위치를 잘 알게 됐다’ 89%로 나타나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과천시에서도 이에 호응해 학생들이 표시한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CCTV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사후 조치와 관련해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 교수는 “학생들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터넷 안전지도를 만들어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7~8명이 한 조 이뤄 진행

안전지도 만들기는 범죄전문가를 통해 범죄예방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교사가 학생들에게 안전지도 제작법을 가르치고, 범죄 위험에 대한 학생의 인식을 파악한다.

기초 교육이 끝나면 조를 편성하는데, 이때 한 조는 교사와 학부모를 포함해 7~8명으로 구성하고, 이동 시 유의할 점과 조사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한다.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루므로 사전에 학생 간 역할을 분담해 주는 것이 좋다. 가령, 한 조에 6명의 학생이 있다면, ▲이동 루트 안내 ▲교통안전 및 기타 안전 담당 ▲교사의 지시에 따라 인터뷰 담당 ▲ 인터뷰 내용 기록 담당 ▲사진 촬영 담당 ▲지도에 위험장소 메모 담당 ▲지도에 위험 스티커 부착 담당 같은 식으로 사전에 역할을 부여한다.

이후 지정된 구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마치면, 조사 결과를 지도에 기록하고 그룹별로 안전지도 제작 결과를 발표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참여 학부모, 큰 만족감 표시

이 연구는 학교와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 교사 대신 대학원생이 학생들을 인솔했고, 몇몇 학부모만이 제작에 참여했다. 그러나 참여했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프로그램에 크게 만족하며, 아이들 뿐아니라 학부모 자신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표> 시간대별 지도제작 과정
09:00~10:00  범죄예방 및 안전교육, 안전지도 만드는 법, 학교 인근 범죄 위험에 대한 인식 조사
10:00~10:30  조 편성, 이동 시 안전 주의 교육, 조별 지역조사 준비
10:30~12:00  안전지도 작성을 위한 현장 조사
12:00~12:50  점심시간
12:50~14:00  안전지도 제작
14:00~14:40  발표, 피드백 및 정리

안전지도 제작을 통해 효과를 얻으려면 참여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분별력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상으로는 초등학교 4~5학년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본다.

이 교수는 “원래 계획은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사에 참여한 학생이 후배들에게 안전지도 제작법과 조사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 과정까지 실시했다면 참여 학생의 지식이 더욱 강화됨은 물론,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학교 주변 범죄를 예방하는 데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주변환경의 위험공간을 제거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범죄대상이 취약한 상태에 있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안전지도 만들기처럼 학생의 방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한 범죄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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