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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대화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경남 창원 유목초

소통의 필요성은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지역 인사들까지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등 각 학교별로 소통의 창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는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스승관이나 경직된 학교문화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먼저 선뜻 솔직한 대화의 창을 열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교가 있으니, 바로 경남 창원의 유목초(교장 김복근)다.


변화의 시발점이 된 ‘너나들이 대토론’

“지난 한 학기 동안 학교의 모든 교직원이 단합해 부단한 노력을 했음에도 학생들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선생님들과 늦은 시간까지 토론해 보니,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학부모 여러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남 창원 유목초 김복근 교장은 지난해 9월 3일에 열린 ‘너나들이 대토론회(부제?-?유목교육 확 터놓고 이야기합시다)’에서 전 교직원과 학부모 400여 명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유목초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 교사가 모여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미 한 학기 동안 전 교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터라 특별히 새로운 방안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대신 가정에서 학생들을 좀 더 독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는데, 김 교장은 문제를 교사의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원인을 가정으로 돌리는 것 같아 교사들에게 재차 재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계속된 논의에도 같은 결론이 나자 그는 학교의 입장을 학부모에게 솔직히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너나들이 대토론회’를 연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실시한 여러 교육활동을 소개하고 학교의 입장과 당부를 솔직히 전하니 학부모들은 유목초의 교육활동에 대해 가슴을 열고 공감했고, 자신들 입장에서 학교에 바라는 점도 터놓고 이야기했다. 저녁 7시에 시작해 2시간 30분 정도 긴 시간 토론회가 이어졌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니 자리를 뜨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날 이후 유목초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높아지자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어 면학분위기가 조성됐고, 전학을 계획했던 한 학부모는 마음을 돌렸다. 지쳐있던 교사들도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자발적으로 출근 시간을 앞당겨 수업에 매진했다. 이렇게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 열의를 되찾자 수업이 활기를 띠어갔고, 이후 몇 개월이 지나 실시된 연말 조사에서는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92%로 나타났다.
올해 6월에는 제2회 너나들이 대토론회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학부모의 자녀지도에 도움을 주기위해 네 자녀를 모두 서울대에 진학시킨 퇴임 교사를 강사로 초빙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오가는 이야기

너나들이 대토론회가 하나의 큰 행사로서 진솔한 소통의 장이 되었다면, 유목초 홈페이지는 평소 일상적인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특히, 교장과 학생, 학부모의 대화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교장선생님께’ 코너에는 학교에 대해 궁금한 이모저모나 학교에 바라는 점 등 다양한 글이 올라오는데, 김 교장은 이러한 글 하나하나에 댓글을 달아준다. 매일같이 많은 글이 올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생각을 담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도 ‘행사앨범’과 ‘학교앨범’ 코너 등을 통해 학교의 활동 모습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운영계획이나 학교회계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게시하고 있다.




학부모 도우미만 400명

학교가 신뢰를 얻으니 학부모 활동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됐다.
현재 유목초에서는 무려 400여 명의 학부모가 등하굣길 안전지도, 도서관 사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분야 중 눈에 띄는 것이 평가 도우미인데, 평가 과정을 학부모가 직접 보고 평가하도록 하니, 자칫 말썽이 생기기 쉬운 평가에 대한 잡음이 없어졌다.

“학생을 위한 예산이라면 주저 없이 써라”

소통을 통해 학부모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알릴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그 콘텐츠를 개발해내는 주체는 바로 교사다. 그래서 어느 학교에 근무하든 교사에게는 새로운 교수방법 등을 개발해낼 것이 요구되는데, 이때 번번이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예산 문제다. 교육예산이 넉넉지 않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절약은 하나의 미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창의적인 생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절약을 강조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거리낌 없이 제안하도록 하고, 연말 평가에서도 교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려 노력했는지를 주목한다.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 한 쪽에서 전용하거나, 추가예산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목초는 학교 인근의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본부, 신광오토메이션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체험학습 기회와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의 ‘기업사랑 학교사랑’ 코너를 통해 협력 기업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소개하니 기업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그는 “교사가 기안을 하면서 생각해야 할 것은 교장, 교감도 예산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에게 필요하냐는 것이죠”라고 말한 뒤, “솔직히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현재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수업시간 외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사들이 공부할 장소가 필요하다든가, 동아리 활동 등을 할 때 학교 건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학교에서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자

1년 365일 쉼 없이 운영되는 방과후학교나 학교역사찾기 등 유목초에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다. 김 교장이 시인으로서 경남문인협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는 터라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그런 유목초의 여러 교육활동 중 조금 의아한 것은 바로 매주 실시되는 운동장 조회다. 이미 상당수 학교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운동장 조회를 매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장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학교에서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학원이나 가정에서는 배울 수 없고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단체생활인데, 가뜩이나 사회가 개인화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학교에서마저 함께 움직이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니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다 함께 줄지어 건물을 빠져나가 단체로 무언가를 해봄으로써 협동심도 키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안전교육도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자칫 지루하고 힘든 일로 여겨지거나 1교시 수업시간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교장 훈화 등을 상황에 따라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장은 “우리나라 교육을 보면 유행에 따라 너무 한 방향으로만 나가는 경향이 있다. 학력신장이든 인성교육이든 한 쪽만 너무 강조해서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없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균형 잡힌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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