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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獨對)의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최고 권력자(또는 최고 책임자)를 나 혼자서만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독대(獨對)라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장관들이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고, 관청의 경우는 부하 공무원이 기관장을 독대할 수 있고, 회사의 경우는 회사원들이 CEO를 독대할 수 있다. 학교 조직 또한 달리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란 원래 왕조 시대에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흔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임금의 절대 권력이 강한 시대라고는 해도, 독대를 상설 소통 시스템으로 운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왕과 신하가 둘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독대’는 특별한 사유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고, 또 그만큼 독대의 폐해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독대는 권력의 수직관계가 뚜렷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둘만의 대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권력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따라서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친한 친구 사이에는 아무리 둘만의 호젓한 대화 장면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굳이 ‘독대’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냥 예삿일일 뿐이다. 실제로도 ‘임금과의 독대’는 흔치 아니하였으므로 독대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권력자를 독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을 표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대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다녔다. 이는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독대의 반대 현상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독대로 인해서 무시되거나 밀려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제도(조직)의 시스템에 따른 투명한 의사결정’ 같은 것이 아닐까. 건강한 시스템에 의해서 모든 것이 소통되고 작동되는 조직에서는 독대가 불필요하다. 누군들 이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왕조시대의 유물쯤에 해당하는 독대가, 탈근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독대에도 전혀 합리성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소통, 특히 상층부를 향한 소통이 왜곡되거나 단절된다고 여기는 구성원은 최고 책임자에게 자신의 의견과 판단을 직접 전하고 싶은 의지를 가질 것이다. 오히려 윗사람에 대한 소통 욕구를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것보다는 독대의 의지를 강하게 발휘하는 편이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사람의 독대 욕구는 진정성이 있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최고 책임자 쪽에서 독대를 추구하는 데에도 그 나름의 합리성은 있다. 17세기 후반 영국 철학자 홉스는 세속적 공동체의 권력 현상을 논한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조언을 들을 때는 집단적 조언보다는 개별적 조언이 더 훌륭하다고 말한다. 개별적으로 들을 때는 모든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집단적으로 들을 때는 주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 주류를 불쾌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거나 최소한의 찬성 반대 의사표시만을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독대가 단순히 유해하다, 유효하다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독대를 기술적 수단으로만 보는 것 아닐까. 인간에게 권력 본성이 있는 한 독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일하는 존재이면서, 일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관계적 존재’인 한에는 독대의 유혹을 지니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 모두가 고독한 실존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한, 독대는 인간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대라는 불합리해 보이는 소통을 완전무결한 합리적 시스템 소통으로 대체하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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