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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반한 사람들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다
“오늘은 구리나 알루미늄 파이프를 잘라 던지면서 서로 다른 음을 내게 하는 실험을 하겠습니다. 파이프 길이의 비율과 진동수의 비율이 역수인 점에서 규칙을 찾아 파이프를 각기 다른 길이로 자르면 됩니다.”
안산경안고 과학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10여 명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은 ‘길이에 따른 음의 변화’를 주제로 실험을 하기로 했다. 오창진 안산경안고 교사가 시범으로 길이가 다른 8개의 구리 파이프를 바닥으로 던지자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음이 나왔다.
선생님들은 파이프를 잘라서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직접 입으로 불거나 실로 매달아 치면서 정확한 음을 내보려고 했다.
하승현 안산경안고 교사는 “명확한 답을 찾는다기보다는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이나 질문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직접 실험해 보며 알려주자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매주 한 번씩 모여 새로운 주제로 실험


이같이 매주 학교 과학실에 모여 실험을 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과학을 보다 재미있고 쉽게 가르쳐 줄 지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안산지역의 중 · 고등학교 과학 교사로 구성된 ‘과학에 반한 사람들(이하 과반사)’이다.
이 모임은 경기도중등과학과교육연구회의 안산 · 시흥 지회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과반사’라는 독립적인 교과연구회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중등과학과교육연구회는 워낙 참여인원이 많아 과학 교과별로 분과를 나누고 지역별로 11개 지회로 나눠 운영돼 왔다.
조광근 과반사 회장(안산해양중 교사)은 “2004년부터 과반사가 조직돼 30여 명 정도의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매주 수요일마다 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주제로 실험하는 것을 기본 활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매주 한 번씩 모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과학교육에 대한 열정이 크기에 오랫동안 이같은 규칙을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30명 전원 참석은 어렵지만 그래도 매주 10여명의 교사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 전문성 높여 좋은 수업 만들기


과반사에서 매주 진행하는 실험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도금의 원리를 이용해 10원짜리 구리색 동전을 은색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바늘구멍 사진기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는 작업, 간이비중계 실험 등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박금재 와동중 교감은 “학교 현장에서 직접 실험해 본 것들을 세미나를 통해 여러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교과서 밖의 실험도 많이 하면서 기존에 알려진 자료에 살을 더 붙여 연구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 개인이 하기는 어려운 실험들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했던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세미나에서 함께 보며 수업비평을 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내용에 대해서는 동료 교사들이 서로 토론해 가며 쉬운 교수법을 찾아나간다. 이 모임의 목적 자체가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발명대회나 탐구대회 등에 참여하기 위한 연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교총에서 실시하는 교육자료전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 방법을 연구해 참가하기도 했다.
송명선 안산송호중 교사는 “지질이나 생물 학습을 위해 체험학습을 갔을 때 제대로 현장을 보지도 않고 인터넷 정보를 베껴오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학생이 그 현장에 갔을 때에만 학습 문제가 제시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을 과반사의 여러 선생님들과 연구해 만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과반사는 앞으로 회원의 영역을 넓혀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모색하고 있다.
오창진 안산경안고 교사는 “하반기에는 안산지역 중등교사라는 제한을 없애고 다른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까지 회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참여하는 교사층이 다양해지면 더 많은 영역에 대해 배우고 활동할 수 있고 우리의 연구 활동도 외부에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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