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무래도 나 어린이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봐요. 초등학교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무뚝뚝하고, 이야기도 잘 안 들어주시고, 대답도 정성껏 안 해주시고……,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보다 훨씬 안 웃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즐겁지 않고 학교가 별로 재미없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아들 녀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했던 이야기다. 학교가 마음에 안 들면 어린이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천진함이나 학교가 어린이집만큼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만큼 엉뚱하지만 선생님의 미소를 학교생활의 재미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건 나름 일리가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은 서로의 거울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다. 어떤 움직임을 행할 때나 다른 개체의 특정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동하는 거울 뉴런은 다른 개체의 행동이나 감정을 감지하고 자신에게도 이러한 반응을 유도한다. 드라마 주인공이 울 때 함께 울게 되거나 주변 분위기에 따라 감정이 변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부부간에 표정이 닮게 되는 것 역시 거울 뉴런의 영향이다. 하루 종일 서로를 쳐다보며 생활하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은 서로의 거울이 된다. 선생님이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하면 듣는 학생들도 덩달아 환한 얼굴이 된다. 선생님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고 씩씩하게 걸으면 학생들에게는 생동감이 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에 가득 찬 학생들의 표정을 발견하면 더욱 힘이 나서 열심히 수업을 하게 된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를 비춰가며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 모두가 거울 뉴런이 작용한 ‘공감’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모습이야말로 학교 분위기를 이끄는 엔진이 아닐까?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교복을 입은 선생님 며칠 전 신문에는 ‘학생 선생님’의 이야기가 실렸다. 전북 익산군 원광중학교 수학선생님 이길환. 그는 5년째 교복을 입는다. “선생님은 머리도 기르고 교복도 입지 않으면서 왜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강요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이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참여학습과 인성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이 교사는 한 달 동안 장고를 거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용기를 내어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항상 의지하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복장을 통해 전하는 적극적인 소통의 시도였다. 결과는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교복 입은 선생님에게 동질감을 느낀 학생들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부담 없이 속내를 털어내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먼저 뛰어와 이 교사의 팔짱을 꼈고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화도 아이들 방식대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수시로 주고받는다. 교생 실습생이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꾸짖는 일도 있었고, 학부모가 뭐 먹고 그렇게 덩치가 좋은지를 물어보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한다. 마치 십대 같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 속 교복 차림의 이 교사를 보며 외모가 만들어내는 힘을 참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러거스 대학의 다니엘 골먼 교수에 의하면 직장 내에서 리더가 직원들을 잘 웃게 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팀원 간의 결속력이 좋아져 한결 나은 성과를 거둔다고 했다. 리더의 웃는 표정 하나가 열 마디의 말보다 함축적이고 강력하게 우호적인 감정을 전하기 때문이다.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