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에서는 설날 노부모님께 큰절로 세배 드리고, 이어서 자녀들과 조카들에게 세배를 받는다. 그런 다음에 끝으로 우리 네 형제 부부가 둥그렇게 둘러서서 서로 큰절로 맞절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게 좋다. 형제 맞절을 할 때 형용 못할 우애의 마음이 솟아나는 듯하다. 성서에 그런 말이 있었던가. 형식이 내용을 정화한다고.
1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로 김수현 작가를 꼽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작품의 양으로나 질로나 그녀의 업적은 다른 작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대중들이 얼마나 공감하는가 하는 점에서도 김수현 드라마의 위력은 여러 번 입증되었다. 흔히 대중적 호응의 지표로 내세우는 시청률 면에서도 60%에 가까웠던 그녀의 드라마 시청률 기록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처음으로 본 것은 1974년 무렵의 ‘강남가족’이라는 작품이었고,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도 JTBC에서 방영하는 ‘무자식 상팔자’라는 그녀의 작품을 재미있게 본다. 김수현 드라마의 묘미는 대사 언어의 절묘한 유창성으로 귀결된다. 관계를 섬세하게 대사로 빚어내고 인물들의 내적 감수성을 삶의 일상성에 잘 맞물리게 하여 그것을 대사 언어로 빚어낸다. 이지적 통찰이 일상의 잠언처럼 빛나는 대사는 참으로 찰진 맛이 있다. 김수현 드라마의 주된 주제는 ‘가족’이다. 그렇지 아니한 작품도 물론 있지마는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그녀의 드라마는 대부분 ‘가족’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핵가족이 아닌 주로 삼대가 한 공간에서 서로 걸쳐 살아가는 대가족의 면모들이다. 사실 우리네 가정이란 것이 급격하게 핵가족으로 형태 변화를 해 왔지만, 그러나 그것은 외양일 뿐 우리에게 내재된 심층 구조로서의 가족은 여전이 대가족적인 의식과 문화를 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가족의 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는 김수현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입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김수현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은 오래된 것과 새것이 서로 날 서게 맞서거나 아니면 서로를 지양하면서 새로운 이해를 만들어 나가는 삶의 장면들을 보여 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 하나가 있다. 삼대 구조의 가정, 즉 할아버지 세대와 중간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로 구성된 김수현 드라마에서 가족들이 할아버지 세대를 받들고 섬기는 자세와 태도는 모두 극진하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