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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교육연구동아리 마시멜로우 교사봉사단

교육연구동아리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충남 지역 교사들로 이루어진 봉사단체다. 2008년 창단 이래 현재까지 약 350회 봉사활동을 펼치며 봉사의 참의미를 널리 알리고 있다. 나눔과 배려를 몸소 실천하며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는 마시멜로우 봉사단을 공주 소망공동체에서 만났다.


배려와 나눔을 배우는 기회의 장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삶 살게 됐죠” 

8월의 어느 목요일 오후, 충남 공주에 위치한 소망공동체 입구에 다다르자 장애인 몇몇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이들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노란색 단체복을 맞춰 입은 마시멜로우 봉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마시멜로우 봉사단 교사들은 소망공동체에서 장애인들의 취미활동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주 봉황중학교에서 근무했을 때 봉사에 뜻 있는 교사들이 모여 공주 내 여러 기관을 돌며 봉사활동을 벌였어요. 소망공동체도 그 중 한 곳이었고요. 2004년부터 4년간 봉사활동을 지속해오다 교사봉사단을 정식 모임으로 만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았죠. 책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시멜로우 봉사단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주 교사(충남예고)는 2008년 마시멜로우 봉사단 창단을 이끈 장본인이다. 봉사단 교사들은 현재 각자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총 10명의 교사를 주축으로 교사의 자녀, 배우자 등 가족들도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재능 개발 위한 동아리 운영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소망공동체 장애인들을 위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린 5개의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박영주 교사는 “소망공동체 식구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일 년에 한 번씩 반을 바꿔가며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조용했던 복도에 이내 활기가 넘친다. 저마다 수업에 사용할 재료와 도구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시간이나 날짜 개념이 없는 중증 장애인이 대부분이지만 매주 목요일만 되면 마시멜로우 봉사단의 수업을 기다린다”는 정연일 사회복지사의 말이 사실인 듯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미술활동반. 지난 시간에 이어 하얀색 부채 위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정효 교사(정안중)와 김영숙 교사(공주중)의 도움을 받아 문양 틀을 깔고 스펀지에 물감을 묻혀 톡톡 두드리자 금세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 바로 옆 공간에선 장애인들이 퍼즐놀이에 여념이 없다. 과학퍼즐반 운영은 서미원 교사(정산중)와 고여성 교사(논산여중)가 맡았다. 뒤죽박죽 섞인 퍼즐조각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끼워나가는 퍼즐맞추기는 장애인들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도 그만이다.

한편 수공예반에서는 좀 더 섬세한 작업이 이루어진다. 클레이아트를 비롯해 머리핀, 팔찌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날은 종이컵에 색색의 띠골판지를 붙여 작은 꽂이함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루건 등 도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해 최선 교사(우성중)와 강미숙 교사(공주고), 엄태숙 교사(봉황중), 김은경 명예교사가 힘을 보탰다.

신명나는 국악소리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사물놀이 연주가 한창이다. 박영주 교사가 지도하는 사물놀이반은 소망공동체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다. 박자도, 연주도 제각각이지만 음악을 즐기는 모습만큼은 수준급이다. 흥에 겨운 박 교사와 장애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전직 체육교사 출신인 권용헌 명예교사의 운동놀이반 역시 활기가 넘친다. 볼링, 투호, 고리던지기 등 운동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상처 치유의 과정, 힐링봉사캠프
“소망공동체 식구들이 일 년 중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날은 명절이에요.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는 명절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기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명절을 뜻 깊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1박2일 캠프를 만들었어요.”

봉사단은 소망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봉사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힐링봉사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당시엔 봉사단 교사들과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캠프가 점차 입소문 나면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이 늘자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씩 운영 중이다.

“학업에 지친 아이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의 권유로 이곳을 찾고 있어요.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장애인들과 숙식을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많은 걸 느끼더라고요. 학교나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정효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눈앞의 이익이나 당장의 편안함만을 쫓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이런 아이들에게 힐링봉사캠프는 ‘인내와 헌신, 배려와 나눔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게 현 교사의 생각이다.

지난 1월부터는 충청남도교육연수원 주관으로 직무연수도 이루어지고 있다. 8월 현재까지 총 6번의 연수가 진행됐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활동을 통해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며 “지식이나 능력을 쌓는 연수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나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제2회 행복나눔인상 재능부문’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들은 2008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약 350회 봉사활동을 펼쳤다.

“처음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받는 게 더 많아요.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가도 이곳에 오면 편안해지거든요. 봉사활동을 한 뒤로 자녀를 보는 눈이나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어요.”

박영주 교사는 “무엇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여성 교사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업무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쉽진 않지만 밝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힘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현장훈 씨는 아버지 현정효 교사를 따라 유치원 때부터 봉사활동을 다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소망공동체를 알게 됐다. 학기 중에도 틈틈이 이곳에 와서 아버지를 도와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현 씨는 “사소한 것에 얼굴 찌푸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소망공동체 식구들에게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이제 단순한 봉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박순일 팀장은 “6년여 기간 동안 한결같이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또 다른 가족”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소망공동체에 좋은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는 분들이에요.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며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죠.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이곳을 찾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봉사의 방법을 묻는 이들에게 마시멜로우 봉사단은 “주변에 소외된 이웃이 있는지 둘러볼 것”을 권했다. “봉사는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만으로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실천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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