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기본운영비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나 분석자료를 보면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에서는 교육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교는 기본운영비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고 한쪽 자료에서는 학교당 상당수의 돈이 쓰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말한다. 부족하거나 남는다는 학교기본운영비,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교총이 지난 6월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교는 빠듯한 기본운영비로 정상적인 교실수업조차 못하고 있고, 교원 대다수는 운영비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증가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필자는 학교기본운영비 부족 원인을 단위학교 재정의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돈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또는 쓸 수 있지만 제대로 쓰지 않아서 오히려 돈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교회계 분석자료에 의하면 2011학년도에 학교당 평균 약 6000만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한쪽에서는 돈이 부족해 정상수업이 어렵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다른 쪽에서는 학교가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학교 현장에서 예산운영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발표되는가?
목적사업비가 너무 많다 먼저 학교기본운영비를 살펴보면 각종 목적사업비가 너무 많아서 단위학교의 자율적 재정운영이 제한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로 전입되는 예산(이를 학교에서는 교육비특별회계전입금이라고 한다)은 크게 학교운영비와 목적사업비로 구분된다. ‘학교운영비’는 목적 지정 없이 총액 배분되는 경비로 단위학교에서 실정에 맞게 각종 교수-학습비, 전기료, 시설보수 등 학교운영비로 자율적 편성할 수 있는 경비다. ‘목적사업비’는 특정한 사업 수행을 위해 사용목적이 지정되고, 그 지정된 사업에만 쓰도록 되어있는 경비다. 목적사업비의 종류와 금액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모두 학교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경비다. 따라서 단위학교 재정의 자율성을 추구한다면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보내주는 예산에서 목적사업비를 최소화하고,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본운영비를 최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육개발원의 공립학교 회계분석 자료를 보면 2011학년도 기준으로 단위학교가 교육청으로부터 전입 받은 금액 중 목적사업비 비율이 약 44%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교육청이 학교에 주는 예산 중 약 56%만이 학교에서 재량껏 편성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라는 것이다. 또 목적 지정이 되어있는 목적사업비가 아직도 학교예산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단위학교의 예산편성과 집행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56%밖에 안 되는 학교운영비 속에는 총액 배분의 가면만 쓰고 있는 목적성 경비가 숨어있다. 이 가면 쓴 목적성 경비는 기존 목적성 경비 중 일부를 교육청 주관부서의 별도 교부기준에 따라 총액 배분하는 경비로 학교운영비에 포함되어 있지만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는 경비다.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총액 배분액 비중이 포함되다 보니 각 시·도교육청에서 일부 목적사업비를 학교운영비라는 가면을 씌워서 마치 학교운영비 비중이 높은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예산배정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