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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부 자기평가·동료평가 있는 그대로, 객관적 평가 방법

학생생활기록부 기록에 있어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아마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일 것이다. 일종의 종합평가인데 행동특성은 성격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란 옳고 그름이 없다. 다를 뿐이다. 교사가 행동특성을 ‘골라서’ 기술하게 되다보면 바람직한 행동특성이나 그 반대 경우만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평가가 되도록 하자는 고민에서 동료평가라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ADHD 학생 학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1학년 때 생활기록부에 ‘명랑쾌활하나 주의 산만함’, 2학년 때는 ‘명랑쾌활하나 수업시간에 주의집중을 요함’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제는 ‘명랑, 쾌활, 주의 산만’이란 서술이 사실(Fact)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Opinion)을 말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의견이란 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활발한 수업을 기대하는 교사에게 위의 학생은 ‘매우 적극적이고 참여와 소통, 협력을 잘하는 학생’일수도 있다. 이런 교사에게 내성적인 학생은 ‘근면 성실하나 수업시간에 적극성을 요함’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그대로 기록해 주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까? 최고의 평가는 사실만을 자세히 기술하는 일이다. 가령 위의 학생이 ‘발표수업시간에 항상 발표를 하고, 불편한 일이 있을 때 정확히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으며, 교내 축구대회 때 포워드의 포지션에서 주장을 맡아 학급 팀이 준우승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함’이라고 썼다고 하자. 이 역시 읽는 이의 성격에 따라 달리 해석 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성적인평가자라면 ‘항상 발표를 해? 나대는 성격이군!’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학생생활기록부의 이러한 서술이 입시사정자료로써 활용되고 있는 것은 더욱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혹자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세히 써주면 입학사정자료로써 변별력을 잃는다고 말한다. 학생생활기록부는 ‘학생생활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변별력 운운하는 것은 입시경쟁교육을 비판하면서 그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행동들을 가급적 그때그때 기록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특히 그 사실을 학생에게 통보해주면 담임교사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인지하고 보다 바람직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적절한 방법이 과연 있을까?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관찰하거나 상담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안타깝게도 이 점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교사 연수에 가서 질문해 보면 80% 이상의 교사들이 해가 갈수록 여유가 없어진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학급친구’는 최고 평가자
그렇다면 한 학생을 가장 잘 관찰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본인과 학급친구일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자기평가’와 ‘동료평가’ 방식을 개발해 실시해왔다.자기평가란 교사근무평정에서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와 비유될 수 있다. 학생들이 글을 창작해 쓰는 것은 어려우므로 바람직한 행동덕목 예시를 주고 본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고르게 하거나 혹은 추가해 완성된 서술형으로 쓰도록 한 후 이를 기록에 참고하는 것이다. 시행 첫 해,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잘 기술해 놀랐다. 그 한 명의 아이는 집안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자존감 부족으로 허덕이던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어려워했다. 망설여졌지만 미래 희망하는 모습을 기술한 아이의 표현을 그대로 입력해 주었다. 자신이 이루려는 것을 말로 만들어 마음속에 되새기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있다. 이 녀석은 졸업 후 필자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조퇴증 무더기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언제나 조퇴를 잘 시켜준 고마운 송 샘!’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래서 이렇게 덧글을 달았다. ‘꾀병은 마음의 병이려니 하는 송샘의 생각 탓!’ 그런 사진을 올려놓은 걸 보니 녀석의 자존감이 많이 향상되었나 보다. 교직은 종합예술이다.
 다음은 자기평가와 더불어 시행한 동료 평가 과정이다.

◎ 롤링페이퍼 활용
시기상으로 2학기 기말고사 끝날 때가 가장 적당하다. 자치적응시간에 시작해도 하루 종일 걸린다. 우선 롤링페이퍼 상단에 ‘서로 늘 격려하고 인정하는 2013년 면목 1학년 4반 OO의 롤링페이퍼’라고 쓰고, 하단에는 담임교사의 참여 독려 메시지를 넣었다.‘생활기록부에 여러분 학교생활 일 년을 어떻게 저 혼자 다 평가하겠어요? 저도 한마디 쓰고 친구들도 돌아가며 한 마디씩 칭찬 부탁합니다. 그 칭찬을 모아 생활기록부에 기록합니다. 남의 장점을 콕 집어내는 것은 대단히 필요한 능력이랍니다. 여러분의 영원한 담임 ^*^.’

담임 혼자서 학생 개개인의 1년 생활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과 협업하자는 것이다. 완성된 롤링페이퍼는 생활기록부에 반영하고 코팅한 다음 교실 뒤 칠판에 게시해 주었다. 우리 반 학생은 물론 다른 반 학생들까지 게시판에 몰려들어 까치발을 들고 칭찬 글을 읽느라 난리다.여기에 보상을 더하면 보다 재미있고 활발한 칭찬릴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정확한 평가를 한 학생, 글씨를 예쁘게 쓴 학생, 재치 있게 쓴 학생 3명에게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약속하고 심사 후 다음 날 바로 시상하곤 했다. 한 학생이 ‘너를 칭찬하느니 설악산 흔들바위하고 씨름하겠다’고 썼는데 그 학생에게 재치상을 주었다. 롤링페이퍼는 스캔해 학급홈피에 올리고 2월 종업식 때 생활기록부 사본과 함께 나누어 줬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매나 야단 없이도 환상적인 학급운영이 되어갔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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