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K형! 오늘처럼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간절한 마음의 편지를 그리운 사람에게 써본지가, 사랑 때문에 미치도록 가슴앓이 하던 내 청춘의 한때, 아련한 그 황금시절 말고 또 언제였던지 모르겠습니다. 길거리의 우체통이 이용객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습니다만, SNS로 대변되는 빠르고 편리한 온라인 세상의 소통방식이, 그것을 통해 주고받는 생각의 조악함만큼이나 우리들 삶을 경박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 하곤 하는 저로서는 바쁜 가운데서도 틈을 내어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K형! 입 달린 사람이면 하나같이 공교육이 무너졌다면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요즘, 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학교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교육의 본질 측면에서 바라보면 학교는 아이들이 꿈을 꾸는 곳, 꿈이 없는 아이 같으면 꿈을 갖도록 도와주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선생님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꿈을 귀하게 보듬어주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꿈을 강요하지 않으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래의 세상을 이루어 나갈 아이들과 희망의 무지개를 그려가는 일 아닐까요.
농사를 짓는 농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곡식들이 자라는 들판 한가운데서 열정의 땀을 쏟아 부어야 풍년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려는 참스승이고자 한다면 가르치는 일이 제 아무리 힘들고 고달프다 할지라도 자신이 서있는 교실과 운동장을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삶의 꽃밭으로 여기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아무 물정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말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때 묻지 않은 동심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줄 때 우리의 아이들은 그 존재 하나하나가 소중한 꽃이 되고 별이 될 것입니다.
사랑을 단순히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기는 쉽습니다.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며 목청을 돋우어 희생과 봉사를 외치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꽃에서 향기가 절로 번져나오듯, 진정한 사랑은 애써 ‘사랑합네’ 떠벌리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 사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소리 없는 강물 되어 물결치지 않던가요. 누가 보건 말건, 알아주건 말건, 해맑은 영혼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고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바른 삶의 덕목을 몸으로 보여주며 거짓 없는 가슴으로 말하는 선생님. 그래서 아이들의 정신적 거울로서 모범전형이 되는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교육자의 소명과 책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늘 우리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계시는 K형! ‘교실붕괴’라는 말이 학교교육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교권추락’이라는 말이 우리 교육자들의 위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을 생각하면, 힘을 내서 일하다가도 마음이 금세 답답해지곤 합니다. 더구나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 학교폭력의 빈발로 학생지도가 날로 어려워지다 보니 학교를 떠나겠다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는 작금의 추세는 걱정이 아닐 수 없고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때일수록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교육자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을 지키는 우리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교육의 힘을 믿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 준다면, 우리 교육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히 바로 설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온통 꽃들의 세상인 교정 안에서, 죄 모르는 아이들이 유리창에 부서지는 금빛 햇살 등에 지고 배움의 열망을 불태우고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 피우는 저 교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행복감에 눈물이 나곤 합니다. 바라건대 아이들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붉은 마음의 꽃까지 더불어 활짝 피어난다면 그보다 찬란한 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다시 뵈는 날까지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