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학교 밖으로 뛰쳐나온 청소년은 약 2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교육부는 학업중단 학생들이 편하게 머무르며 안정을 찾고 나아가 학업 복귀에 도움을 주고자 학업중단 학생을 위한 돌봄 공간 ‘친구랑’을 설치?운영한다. 서울, 대구, 강원 3곳에서 시범운영하게 될 ‘친구랑’을 자세히 살펴본다.
“친구들이랑 좀 멀어지게 됐어요. 학교 끝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친구가 학교 다녀올 때까지 집에 우두커니 있고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최근 학업을 중단한 18살 한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학생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학업 중단 학생들은 기존 학교 일과 시간의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뛰쳐나온 학생들이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갈 곳이 없다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복학 고민, 진로 고민…‘친구랑’ 놀고 쉬면서 상담받자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학교를 그만 둔 초·중·고 학생 수는 6만 8천여 명이며, 누적된 학교 밖 청소년이 약 2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이 기존 학교에 속한 친구들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계획 없이 길거리를 떠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길거리에서 방황하던 중 불법 아르바이트를 권유받거나, 소위 ‘노는 형’들로부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학업 중단 학생들에게 삶의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학업 중단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구랑’은 학업 중단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시작되었다. 집에서 멍하니 있거나 밖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이 편하게 머무르며 안정을 찾고 나아가 학업 복귀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이다. ‘친구랑’에 들르는 학생들은 보살핌을 받고, 전문가와 상담을 하며,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고 본인이 원할 경우 학업 복귀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된다.
학생 눈높이에 맞는 카페형 휴식, 소통, 준비, 돌봄 공간 ‘친구랑’은 우선적으로 세 곳에 개설된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시·도 교육청별 계획서를 공모하여 서울, 대구, 강원을 선정하였고, 8월까지는 ‘친구랑’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관악구 신림동, 대구의 경우 중구 번화가, 강원의 경우 춘천 시내 등 청소년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설치가 예정되어 있어 학업 중단 학생들이 쉽게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친구랑’ 내부는 학생들이 간식을 먹으며 소통할 수 있는 휴식 공간,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취미 공간, 내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공간, 검정고시 준비 또는 기초 학력을 올릴 수 있는 학습 공간 등으로 꾸려진다. 더불어 친화적이고 따뜻한 카페 형식의 실내 인테리어를 통해 학생들의 편안한 출입을 유도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때로는 또래들과 놀면서 쉬고, 때로는 상담을 받거나 학습을 하는 등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학생 중심적으로 공간이 꾸며질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문인력으로 실질적 도움 제공 ‘친구랑’의 전담인력은 운영을 총괄하는 센터장을 중심으로 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학업 중단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 및 소중한 학창시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을 주게 된다. 전문상담사는 학업 중단 학생의 내면을 치료하는 동시에 이들의 학업 복귀 동기를 부여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상담 유형별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돕게 된다. 사회복지사는 학업 중단 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복지 지원을 하고, 전문상담사와 협력하여 학업 중단 학생을 컨설팅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부족한 인력은 자원봉사자 및 꿈 키움 멘토단을 활용하여 보충한다. 꿈 키움 멘토단은 올해부터 각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며, 멘토로 선정된 대학생, 직장인, 전문 상담가 등 어른들이 직접 학생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게 된다.
시설 내 프로그램은 ‘친구랑’ 공통 프로그램과 각 지방자치단체별 자율성을 부여한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공통 프로그램으로는 일상생활을 지도하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휴식 프로그램, 기초학습 부진아 지도 및 학교생활 준비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 개인·집단 상담 및 정서적 지지가 수반되는 복지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별로 의료, 문화 활동, 체육 및 야외활동 등의 분야에서 별도 프로그램이 마련될 계획이다. 일례로 강원도의 경우 엔젤닥터 프로그램 및 공간을 활용하여 1주에 1회 의료 상담을 지원하고, 지역 내 학교 밖 청소년 자생모임인 ‘우물 밖 청개구리’가 주도하는 문화카페를 양성 및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친구랑’은 기존의 학업 중단 학생 뿐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안내하는 편안한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 특히 서울, 대구, 강원지역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자 할 경우 담당 교사가 학생에게 ‘친구랑’을 소개한다면, 학교를 그만둔 후에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친구랑’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대구, 강원 시범 운영…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친구랑’ 세 곳의 운영 성과 평가 및 타 교육청의 신설 수요를 고려하여 ‘친구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업중단 학생들의 심리 상태 및 학업 중단 이후 행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교사일 것이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파악한 학업중단 학생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각 시·도 교육청에 알린다면, 그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현재보다 더 발전적인 ‘친구랑’ 카페가 지속적으로 설치될 것이다.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조사 결과, 상당수 청소년들이 생활의 어려움과 함께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하였다. ‘친구랑’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편안한 휴식·보호공간으로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 방법을 찾기 어려운 청소년들의 학업복귀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학교 안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며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친구랑’은 특히 학업중단으로 인해 삶에 대한 좌절감을 경험한 학생들이 다시 용기를 내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학교 안에서 다시 새로운 꿈을 그려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친구랑」지점별 운영계획(개요) >
●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하며, 간식거리 제공, 컴퓨터 및 도서 비치, 맞춤형 진로 컨설팅, 찾아가는 길거리 상담, 경제적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 등
● (대구) 중구 번화가에 위치하며, 휴게실 제공, 위기청소년 쉼터와의 연계, Wee센터 2차 상담과 연계, 검정고시 등의 프로그램 제공 등
● (강원) 춘천 시내에 위치하며, 끼니 서비스, 또래 청소년 멘토를 통한 학교생활 정보 제공, ‘꿈 키움 멘토’와 연결을 통한 학습부진 해소, 진로체험 진단도구 비치, 외부자원(영화·연극 동아리, 독서 토론회 또는 독서 캠프, 요리 관련 강좌 등)과 연계한 문화 활동, 기타 체육 및 야외활동 서비스 제공 등
프로필 박성수 _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교육복지, 학업중단, 고교 무상교육, 탈북학생 및 다문화 학생 지원 등 학생복지정책 관련 업무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