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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학자대회가 남긴 한국 수학교육의 과제

수능에 수렴하는 입시제도 탓에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문제풀이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감’이다. 수학 공부를 하다 지치고 두려워지는 순간에 다시 책을 잡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자신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수학교육도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온 수학자들로 들썩였다. 4년마다 열리는 ‘수학계의 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수학 성적을 내면서도 정작 수학에 대한 흥미도 조사에서는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던 우리나라다. 때문에 이번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들을 연일 쏟아냈다.

한 달이 넘는 취재 기간 동안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한 유학생과의 인터뷰였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온 여학생이었다. 미국의 학교에서 수학 성적으로는 1~2등을 다투던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받은 그녀의 첫 수학 점수는 40점대였다. 가장 적응이 힘들었던 건 한국의 수업 방식이었다.
미국에선 철저히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수업을 했고 시험도 그렇게 출제가 됐으며 개념 하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학교에서는 개념과 공식을 짧게 가르치고는 계속해서 많은 문제들을 풀게 했다. 특히, 한국의 시험은 수업에서 배운 것과는 달랐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이다. 공식만 알면 풀 수 있는 예제 위주로 수업을 했지만 정작 시험에는 수업에서 배운 ‘그런’ 문제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수업 내용에 나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막상 시험지를 받아 들고선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라고 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녀가 어떻게 1년 만에 수학 점수를 98점까지 끌어올리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녀의 성공 비법은 철저한 ‘한국식’ 수학공부법이었다. 그녀는 시험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수학 문제를 다 풀어봤다고 했다. 공식을 완벽하게 외운 뒤 숫자만 바꾸면 그냥 풀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문제만 풀어댔다는 것이다.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 따위는 아예 접어둔 셈이다. 때문인지 높은 수학 점수에도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결코 수학을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지만 씁쓸하게도 나는 왠지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수학 학습량이나 수업시수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업 시간에 개념은 짧게, 문제는 많이 풀도록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방식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자신감’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 60점을 받고 꼴등을 하는 것과 20점을 받고 꼴등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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